[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가계부채의 현황 및 대응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OECD의 가계부채 평균치는 136.5%지만, 우리나라는 163.7%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158조8000억원이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채무율은 163.8%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126.5%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가계의 부채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가계대출의 질 또한 좋지 않다. 변동금리대출 비중(54.6%)이 높아 금리 인상시 가계가 져야할 이자 부담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대출 만기 기간도 10년 내 비율이 41.4%에 이르며, 3년내에 빚을 갚아야 하는 비율도 27.7%에 이른다. 한꺼번에 빚을 모두 갚아야 하는 일시상환대출 비중도 33.7%에 이른다.
저소득층의 가계 비중도 높아졌다. 가계소득 5분위 중 가장 소득이 적은 소득 1분위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는 2010년 4.9배에서 2011년 6.5배로 늘어났다. 갈수록 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또한 저신용등급과 다중채무자의 98.9%가 비은행권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고이자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소득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상환 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위험도 높아졌다. 2008년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0.52%였지만, 지난해 12월에는 0.83%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금융권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가계부채의 대응방안으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일시상환대출을 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계대출 부실규모를 줄이기 위해 채무조정 및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을 전환해주는 전환대출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 비율과 관련해서는 대출자들로부터 일부 원금을 상환하게 함으로써 대출원금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으며, 하우스푸어(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사람)를 위한 대책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종합적인 서민금융지원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가계의 실질 소득을 확대시키기 위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가계부채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매년 2회 이상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가계부채에 대한 조기경보 효과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