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조앤 롤링이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를 처음 쓴 것은 1995년이다. 롤링은 지금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라섰지만 당시 대다수 출판사는 '해리 포터'가 3류 소설이라며 그를 문전박대했다.
'해리 포터'의 가능성을 간파한 것은 중소 출판사 블룸즈버리다. 당시 블룸즈버리의 편집인 니겔 뉴턴은 2500파운드(약 440만원)에 롤링과 출간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박'을 터뜨렸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만다 섀넌(21·사진)은 블룸즈버리가 '제2의 롤링'으로 지목한 신예 작가다. 블룸즈버리는 최근 섀넌과 소설 '본 시즌' 출간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500만달러(약 57억5000만원)다. 신예 소설가 치고는 고액이다.
출판계에서는 '본 시즌'이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섀넌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섀넌이 침체된 영국의 출판계를 살리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현재 블룸즈버리 편집장인 알렉산드라 프링글은 지난해 영국의 출판 에이전트 데이비드 고드윈으로부터 '특별한 소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프링글은 대수롭지 않게 섀넌의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장까지 손에서 원고를 놓지 못했다. 프링글은 망설임 없이 섀넌과 출판 계약을 맺었다.
프링글은 "원고를 다 읽고 나니 7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며 "섀넌은 놀라운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고 평했다.
'본 시즌'의 시간적 배경은 2059년으로 사람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한 10대 소녀가 강력한 초현실적 정부에 맞서 싸운다는 판타지 소설이다. 총 7편의 시리즈로 출간될 '본 시즌' 첫 시리즈 3권은 다음달 20일(현지시간) 공개된다.
영국 런던 서부 해머스미스 출신인 섀넌은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에 틀어박혀 글만 섰다. 섀넌이 자기 이름으로 첫 소설을 내놓은 것은 15세 때다. 그 뒤 고드윈이 소유한 출판 에이전시 DGA에서 3년 동안 인턴으로 일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본 시즌'은 섀넌이 DGA에서 일하며 틈틈이 쓴 소설이다. 20여 년 동안 출판 에이전트로 일하며 유망 신예 작가를 발굴해온 고드윈은 섀넌의 성공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출간되지도 않은 '본 시즌'을 둘러싸고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섀넌은 이미 미국·호주 등 20개국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본 시즌'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영화 판권은 할리우드의 쟁쟁한 영화사들을 제치고 영국 영화사 '이메지나리움'이 낙찰 받았다.
이메지나리움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 역을 맡은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인 앤디 서키스가 소유한 제작사다.
자기 소설이 출간될 것이라는 소식에 섀넌은 "놀라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기가 '제2의 롤링'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롤링과 경쟁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라면서도 "롤링을 넘어서느냐 넘어서지 못하느냐는 독자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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