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와 갈등 사측 부담 덜어줘..통신사 노조 '강성' 아냐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LTE 주파수 경매를 놓고 펼쳐지는 이동통신 3사간 설전에 노동조합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KT노조는 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방문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만나 주파수 정책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최 장관은 원래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업계간 이익이 걸린 민감한 현안이어서 당국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KT노조 측은 "정부가 쉽게 만나주지 않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며 "계속 미래부에 요청하는 한편 국회에도 면담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노조 200여명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시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KT노동조합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주파수 할당정책은 통신 재벌에게 국민기업 KT를 고스란히 바치는 꼴"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SK텔레콤 노동조합이 즉각 반발하면서 노조-노조 설전으로 치달았다. SK텔레콤 노조는 "KT 인접대역이 포함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며 주파수 경매안이 KT특혜 방안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파수 논란에 노조가 전면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미래부가 주파수경매 최종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선수'인 이통 3사가 '심판'인 미래부와 대립각을 세우기가 부담스러운데다 통신사 노조가 이른바 '강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조가 나섬으로써 사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요구 조건을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 노조는 지난해 창사 후 처음 무교섭으로 임금ㆍ단체협약을 체결했고, KT노조는 올해 13년 연속 무분규로 단협안을 타결했다. KT노조는 2만4000여명, SK텔레콤 노조는 3000여명 규모다. KT의 전신인 한국통신 노조는 단일 노조 중 국내 최대 규모였고 당시 김영삼 정부가 '국가전복세력'이라고 몰아세울 정도로 힘이 컸지만 2000년대 들어 민영화 이후 노사관계가 협력적인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KT는 기존 노조 외에 'KT새노조'가 활동 중이며 KT새노조는 기존 노조와 달리 강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매 최종 방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3사가 연일 입장을 내놓으며 난타전을 벌였지만 '룰'이 세워진 지금은 노골적으로 심판에게 불만을 표하기가 어려운 시점"이라면서 "사측 입장에서는 노조가 거들어 주는 구도가 되면 정부를 압박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 대변인이라는 시각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차완규 KT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노조가 사측의 '대리전'에 나섰다는 일부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노조도 "전날 밝힌 성명 외에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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