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이 세상에 실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캐리비안의 해적'을 위해 거대한 배를 만들었듯 '론 레인저'를 위해 수많은 기차와 철도를 직접 만들었다"
할리우드 '미다스의 손' 제리 브룩하이머가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킨 고어 버빈스키 감독, 배우 조니 뎁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론 레인저'를 만들어냈다. 장소는 바다에서 사막으로 옮겨왔고 배 대신 기차를 만들었다.
지난 2012년 2월 28일 크랭크인 이후 '론 레인저'는 7개월 동안 150회 차의 촬영을 거쳤다. 제작진들은 미국 5개주를 종횡무진하며 어마어마한 로케이션을 감행했고, 최악의 기상조건 속에서 굳건히 버티며 스펙터클한 영상을 탄생시켰다.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장면들은 CG(컴퓨터 그래픽)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실제 촬영을 통해 이뤄진 것들이 더 많다. 이들은 카메라 프레임 안의 절반 이상은 실제 촬영한 그림으로 채우자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해냈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극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기차와 철도까지 모두 실제로 제작하는 열정을 보였다. 250톤이 넘는 3대의 기차와 8km에 달하는 철도 위에서 펼쳐지는 격투 장면들은 관객들을 생생한 액션의 세계로 이끈다.
'론 레인저'는 어린 시절 끔찍한 기억 때문에 수단을 가리지 않고 복수를 하는 미스테리한 매력의 인디언 악령 헌터 톤토(조니 뎁)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늙은 톤토가 자신의 모험담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그려진다. 블랙 마스크를 쓴 히어로 론 레인저로 부활하는 존(아미 해머)은 형의 죽음 후 복수를 다지며 톤토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티격태격하고 부딪히면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톤토와 존의 모습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톤토와 정반대 인물이지만 환상의 콤비를 이뤄내야 하는 론 레인저 역할에 '소셜 네트워크'에서 1인2역으로 활약한 아미 해머를 낙점했다. 두 사람의 궁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3주간 외딴 곳에 갇혀 액션 장면을 위한 훈련을 받았다"는 아미 해머의 말처럼 액션신 또한 일품이었다.
다재다능한 여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는 자신이 맡은 마담 레드 캐릭터에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할 뿐 아니라 '헬 온 휠' 세트의 데코레이터에도 한몫했다. 그는 당시 수갑, 말 채찍, 외설스러운 책 등의 세팅을 요구, 자신이 주인인 이 공간에 더욱 판타스틱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상의를 탈의하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조니 뎁의 모습은 언뜻 '캐리비안의 해적' 속 잭 스패로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가뭄 든 논처럼 갈라진 얼굴의 독특한 페이스 페인팅과 머리에 새를 얹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느새 잭 스패로우는 잊고 인디언 악령 헌터 톤토에 집중하게 된다. 전작에서의 카리스마보다는 엉뚱하고 코믹한 모습이 강조돼 새로운 재미를 준다.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그의 열정과 체력은 20대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 감독 콤비가 선사하는 5번째 작품 '론 레인저'에는 예고한대로 액션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여러 가지 요소들을 섭렵하려다 보니 초중반 터져 나오던 웃음이 뒤로 갈수록 잦아드는 것이 사실. 러닝타임도 149분으로 꽤 긴 편. 그래도 지난 1933년 라디오로 첫 선을 보인 '론 레인저'를 80년 만에 두 사람의 손으로 탄생시킨 것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 현실감 넘치는 영상 속에 녹여낸 풍부한 유머와 볼거리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오는 7월 4일 한미 동시 개봉.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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