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칼럼에서 "힘겨운 시절,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해 준 책"
"메모하고 마음에 새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실천중"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함께 박 대통령이 수년째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소개하고 있는 '중국철학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무려 8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을 틈틈이 읽으며 '열공' 중인가 하면, 중국 현지 서점가에서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향을 준 중국 책'이라는 광고 문구를 달고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 문예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힘겨웠던 시절, 중국 철학자 펑유란(馮友蘭, 1894~1990)의 저서 '중국철학사'가 마음의 평화를 되찾게 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젊은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고 '숨 쉬는 것조차 힘이 들고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에 이 책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는 고백이었다.
'중국철학사'는 제목 그대로 춘추전국 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중국의 사상적 전개 과정을 정리한 책. 중국 근·현대 철학사를 대표하는 학자 펑유란이 1934년 집대성했고, 70년대 들어 오히려 중국 밖에서 중국인과 중국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각광받았다.
서양인들에게 공자, 노자, 장자라는 인물을 알리게 된 책이 바로 '중국철학사'로 꼽힌다.
이 책은 세상을 보는 눈과 자기수양에 관한 동양적 가치관이 체계적으로 망라돼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학자들은 중국의 오랜 역사와 사료 가운데 거짓된 내용은 버려야 하지만 그것에 내포된 시대적 사상적 맥락은 고찰해야 한다는 '석고(釋古) 정신'에 입각해 저술한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즐겼다는 박 대통령은 젊은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고 시름에 빠져있던 때에 이 책을 접하고는 많은 사색과 수양을 경험한 듯하다.
박 대통령은 칼럼에서도 "이 책을 통해 포기하기보다 '운명이 나에게 준 사명과 책임'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 작든 크든, 무겁든 가볍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 삼는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공감이 가고 깨달음을 준 글귀들을 메모하면서 함축된 언어와 행간에 숨겨진 진리를 마음에 새겼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언급한 '중국철학사'에 대한 소회는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철학사'는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라면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니 나도 모르게 '이거 내가 실천하고 있는 거잖아' 하고 깨닫게 됐다. 적어만 놓았을 뿐인데 내 스스로의 생각과 결합돼 나도 모르게 실천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적어 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하려 한다.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계속 그랬다"라고 강조해 이 책에서 지도자로서의 영감을 얻고 정치적 신념과 철학을 세워가고 있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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