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 아베총리의 경제정책이 미국의 닷컴 버블과 유사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피터 시프 CEO는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의 퓨쳐스 나우(Futures Now)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주식의 상승과 최근의 고통스러운 조정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미국의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닷컴 버블은 1999년 들어 인터넷 업체들의 벤처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시작된 미 주식시장의 폭등세를 뜻한다. 당시 IT 기술의 효용이 기대에 못 미치자 S&P 지수가 반토막나는 등 미국경제가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현재 일본증시는 지난 5월 말 정점에서 거의 20%가량 폭락한 상태다. 시프는 그러나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프는 "당시나 지금이나 투자자들은 '투자 가치'의 의미를 받아들이기 보다 동화에 사로잡혀있다"며 "(당시)우리는 매출,이익 같은 가치를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주목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프 CEO가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일본 정부의 파산이다. 그는 "만약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과 2%의 물가상승이 맞물린다면 일본은 세수의 절반을 부채를 갚는데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빠르게 파산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아베노믹스가 물가만 올리고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한 그는 아베총리에 대해 "완화정책의 위험성을 시기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혹평했다.
시프는 "(일본을)'탄광 속의 카나리아'로 봐야 한다"며 "양적완화에 따른 경제 성장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신호라는 의미다.
월가에 손꼽히는 투자 전문가인 그는 일본이 양적완화(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정책을 쓰는 것에 대해 "금융정책이 실물 경제의 대용품처럼 여겨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른 전문가들은 시프 CEO의 비관적인 전망에 동의하지 않았다. 앤디 월킨슨 '밀러 타바크'(Miller Tabak & Co.)수석 투자전략가는 "일본 채권은 대부분 내국인들이 가지고 있어 국채투매 시나리오가 나오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의 양적완화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행을 둘러싼 회의와 주식시장의 암울한 순간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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