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아베노믹스도 힘을 얻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총리의 경제정책으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양적완화를 통한 엔화 약세, 공공지출확대, 구조개혁을 단행한다는 게 골자다. 엔화를 대량으로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수출을 늘리는 한편, 국내 물가를 2년내 2%까지 끌어올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엔화가 강세를 띠면 아베노믹스도 힘을 잃게 되는데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통해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일본을 도와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형국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공적연금인 일본의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의 미타니 아카히로 이사장은 21일 가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일본은행(BOJ)이 2년애 물가를 2% 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했을 때 너무 많은 것을 약속했다”며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미타니 이사장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하면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스무드하지 않으며 거품기에서조차 물가는 고작해야 1% 오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회의론에도 아베노믹스가 실현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바로 엔화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6월4일 달러당 100.03엔을 기록한 엔 달러 환율은 14일에는 94.31엔까지 하락했으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올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내년 중반 중단하는 등 일정을 밝힌 19일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4일 97.73엔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가치는 지난 한 주에만 3.2% 평가절상되고 유로는 0.9% 오른 반면, 엔화는 1.3% 하락했다. 엔화 가치는 올들어 달러화에 대해 12%나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5%로 치솟아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0.8%)간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엑환약세를 거들고 있다. 달러 강세는 아시아 등 신흥국 통화 약세를 낳고 엔화가 신흥국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서게 할 요인이 되지만 미국은 여기서도 일본편을 들고 있는 셈이다.
미타니 같은 비관론자의 등장에도 유권자들은 아베노믹스를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진 도쿄도 의회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민당 연립의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그 증거물이다. 유권자들은 아베 총리의 통화완화정책과 아베노믹스에 신뢰를 보여준 것이다.
엔화 약세는 수출증대와 수출기업의 실적개선, 주가 상승 등 선순환을 낳고 있다. 일본의 5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0.1% 증가해 전문가 예상치(6.4%)를 웃돌았다.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이 16.3%나 늘면서 엔화 약세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덕분에 도요타와 닌텐도 등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24일 중국 주식시장 폭락으로 닛케이 225 평균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3% 하락한 1만3062.78엔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하룻만인 25일에는 전날보다 0.24% 상승한 채 거래를 시작했다.
크레디아그리꼴 도쿄의 사이토 유지 외환담당 이사는 “시장은 아베노믹스의 실현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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