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퇴사일 기준 2주 내 지급 명시
2011년 체불임금 1조874억원…3년 연속 1조원 ↑
소송까지 진행하고도 못 받는 경우 있어
사업주·근로자 대상 '직업훈련' 강화돼야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김모 씨는 몇 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면서 퇴직금과 체불임금을 받지 못해 1년 가까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회사 측에서 "사정이 어렵다"며 밀린 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김씨는 결국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회사 측을 상대로 법적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사업주는 통장을 가압류당하고 검찰 조사를 받게 됐는데, 그제서야 김씨는 "두 차례 나눠 지급할 테니 합의해 달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퇴직 이후 제때 퇴직금이나 체불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생활고에 허덕이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급기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사업주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이는 경우도 적잖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체불임금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체불임금은 1조874억원이다. 2009년 1조3438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이후 3년 연속 1조원을 웃돌고 있다. 근로자가 기업도산 등으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해 우선 지급하는 '체당금'도 5년 전인 2008년 1880억원에서 지난해 2323억원으로 치솟아 해매다 2500억원 안팎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퇴직금이나 밀린 임금을 퇴사일 기준 2주 안에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주들은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지불능력이 없다고 버티거나 근로자의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들어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같은 경우에 대비해 고용노동부는 산하 각 지청을 중심으로 접수된 진정을 조사·감독해 지급을 촉구하고, 재산 가압류에 나서지만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체불건수는 2009년 이후 매년 18~19만여건에 이르고, 이 중 고의로 체불하는 '악덕 사업주'들도 꽤 있지만 체불사업주가 구속된 사례는 2010년 11명, 2011년과 2012년 각각 13명과 19명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체불사업주에 대해 올 8월부터는 업체명단을 공개해 불이익을 주는 대안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기보다는 체불 관련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체불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각 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해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받으면 별도의 비용부담 없이 법률구조공단의 소송준비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악의적으로 체불을 하는 사업주에 대해선 사법적 수단을 통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 이외에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피해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 직업훈련과 교육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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