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당연히 K리그 클래식도 포함돼있다."
국내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한 마디였다.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누비는 박지성(퀸스파크 레인저스)의 모습. 많은 이들의 꿈이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박지성은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직까지 유럽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며 "최우선적으로 유럽에서 다음 시즌을 보내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도 "당연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중동 미국 등 얘기도 나오고 있고, 그 가능성에는 당연히 K리그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K리그 복귀의 최대 변수는 역시 몸값이다. 지난해 여름 QPR 이적 당시 박지성의 이적료는 500만 파운드(약 88억 원). QPR과의 계약 기간은 1년이 남아있다. 더군다나 그는 QPR과의 계약서에 2부리그 강등 시 이적 조항을 삽입하지 않았다. 당장 이적의 열쇠를 구단이 쥐고 있는 셈이다.
설령 QPR의 양보로 이적료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다 해도 과제는 남아있다. 연봉이다. 박지성의 현재 연봉은 90억 원. 세금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30~40억 원 정도다. K리그 클래식 선수 평균 연봉은 1억4600만 원정도. 최고 연봉자인 김정우(전북)는 15억 원을 받고 있다. 박지성과의 간극은 크다. 아직은 국내 복귀에 대한 기대가 섣부른 이유다.
그럼에도 금전적 문제 등 여러 난관이 해결된다면? 실제 영입 작업에 나설 수 있는 K리그 클래식 클럽은 수원이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안겨줄 수 있기 때문. 일단 고향팀이란 상징성이 있다. 박지성이 건립한 유소년 축구센터도 수원시에 위치해있다. 선수 본인도 "국내팀 중 하나를 고르라면 수원"이라고 말할 정도다.
수원의 모기업이 삼성이란 글로벌 기업이란 점도 긍정적 요소다. 그의 높은 몸값을 어느 정도 맞춰줄 능력이 있다. CF출연을 통한 연봉 보전 등 구단 예산이 아닌 기업 차원의 지원도 방법이다. 과거 FC서울도 이런 방식으로 박주영의 실소득을 채워준 바 있다.
구체적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박지성은 삼성 스포츠단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통한 국내외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얘기가 주제였지만, 수원 입단 가능성도 부분적으로 타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장에도 수원 구단 관계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엔 한국 축구 발전이란 '대승적 차원'의 결심 외에도, 최근 연인 사이로 밝혀진 김민지 SBS아나운서와의 관계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은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연애는 할 수 있다"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결혼은 다르다. 박지성은 "가족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결혼한다면 앞으로의 일도 가족 의견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나온 7월 결혼설도 사실무근"이라며 "당장은 결혼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결혼 계획이 일찍 다가온다면, 국내 복귀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지는 셈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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