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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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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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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혼자 빵을 씹고 있자니 갑자기 소연이 생각이 났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소연과의 정사가 마치 아득한 기억 속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왜 그랬을까? 열 살이나 넘게 아래인 어린 그녀에게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정말 자기 속에 그녀에게 대한 애정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런 시골에서 누가 나 같은 애한테 모헨조다로의 눈 먼 가수 이야기나 일포스티노의 마리오와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를 해주겠어요. 그런 이야기는 내겐 너무나 낯선 이야기일 뿐이거든요. 오빠가 안아주니까 행복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나, 속물이라고 했죠? 사실이예요. 알고 나면 하림 오빠도 실망하실거예요. 사귀던 남자, 있었는데 유부남이었죠. 내가 알바로 일하던 편의점 사장이었는데.... 너무 나쁜 사람이었어요. 나이도 많고, 돈만 아는 인간이었죠. 바보같이.....”

하지만 알고 보면 하림이 자신이 더 나은 인간이라고 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차라리 솔직한 인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는 혜경이란 존재를 감추어둔 채 자신의 욕망만 채웠을 뿐이었다. 그래서 사랑해, 라는 말 대신 미안해, 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림 역시 소연이 싫은 건 아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고개를 숙이고 차창 안으로 들여다보던 그녀는 뜻밖에 너무 신선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토란국을 들고 찾아왔을 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끝없이 재잘거리며 깔깔대고, 느닷없이 토라지곤 하던 모습에서 이십대의 젊음 특유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하림은 그런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혜경이가 없었다면 그 역시 좀 더 자유롭게 마음의 문을 열고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을지 몰랐다.


그렇게 혼자 어둠 속에 앉아 두서없이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면서 소연이 가져다 준 빵과 우유를 먹던 하림은 갈수록 몸이 더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감기 기운인가.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찬바람에 비까지 맞은 터여서 아슬아슬하던 참이었다. 그런데다 충격적인 장면까지 본 터라 머리 속이 어지럽고 복잡하였다.
대충 저녁 삼아 그렇게 먹고 난 하림은 무거워진 몸을 끌고 다시 이불 밑에 누웠다. 본격적인 열이 시작될 셈인지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바닥은 따뜻했지만 손발이 얼음처럼 냉기에 싸였다. 수많은 생각들이 잘못 편집된 영화 장면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초등학교 삼학년 무렵인가. 집에서 기르던 개가 생각났다.
회색 털의 잡종 세파트였는데 이름이 영구였다. 영구는 귀가 뽀족하고 눈 가에 흰색 점이 있는, 제법 영리한 개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하림을 제일 먼저 반겨주는 친구가 영구였다. 하림은 놀 때도 숙제할 때도 영구랑 같이 있었다. 봉천동 산동네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영구가 쥐약 먹은 쥐를 먹었다. 어떻게 그것에 입을 대었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어른들의 말이 그랬다. 그때 하림은 개의 눈이 파랗게 뒤집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쥐약 먹은 쥐를 먹은 영구는 미친 듯이 마당을 맴돌더니 급기야 창호문을 뚫고 방에까지 들어왔다. 하림의 눈과 딱 마주쳤다. 겁에 질린 하림이 구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영구야....”

글. 김영현/ 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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