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118)

시계아이콘01분 2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118)
AD


어둠 속에서 혼자 빵을 씹고 있자니 갑자기 소연이 생각이 났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소연과의 정사가 마치 아득한 기억 속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왜 그랬을까? 열 살이나 넘게 아래인 어린 그녀에게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정말 자기 속에 그녀에게 대한 애정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런 시골에서 누가 나 같은 애한테 모헨조다로의 눈 먼 가수 이야기나 일포스티노의 마리오와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를 해주겠어요. 그런 이야기는 내겐 너무나 낯선 이야기일 뿐이거든요. 오빠가 안아주니까 행복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나, 속물이라고 했죠? 사실이예요. 알고 나면 하림 오빠도 실망하실거예요. 사귀던 남자, 있었는데 유부남이었죠. 내가 알바로 일하던 편의점 사장이었는데.... 너무 나쁜 사람이었어요. 나이도 많고, 돈만 아는 인간이었죠. 바보같이.....”

하지만 알고 보면 하림이 자신이 더 나은 인간이라고 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차라리 솔직한 인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는 혜경이란 존재를 감추어둔 채 자신의 욕망만 채웠을 뿐이었다. 그래서 사랑해, 라는 말 대신 미안해, 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림 역시 소연이 싫은 건 아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고개를 숙이고 차창 안으로 들여다보던 그녀는 뜻밖에 너무 신선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토란국을 들고 찾아왔을 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끝없이 재잘거리며 깔깔대고, 느닷없이 토라지곤 하던 모습에서 이십대의 젊음 특유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하림은 그런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혜경이가 없었다면 그 역시 좀 더 자유롭게 마음의 문을 열고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을지 몰랐다.


그렇게 혼자 어둠 속에 앉아 두서없이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면서 소연이 가져다 준 빵과 우유를 먹던 하림은 갈수록 몸이 더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감기 기운인가.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찬바람에 비까지 맞은 터여서 아슬아슬하던 참이었다. 그런데다 충격적인 장면까지 본 터라 머리 속이 어지럽고 복잡하였다.
대충 저녁 삼아 그렇게 먹고 난 하림은 무거워진 몸을 끌고 다시 이불 밑에 누웠다. 본격적인 열이 시작될 셈인지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바닥은 따뜻했지만 손발이 얼음처럼 냉기에 싸였다. 수많은 생각들이 잘못 편집된 영화 장면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초등학교 삼학년 무렵인가. 집에서 기르던 개가 생각났다.
회색 털의 잡종 세파트였는데 이름이 영구였다. 영구는 귀가 뽀족하고 눈 가에 흰색 점이 있는, 제법 영리한 개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하림을 제일 먼저 반겨주는 친구가 영구였다. 하림은 놀 때도 숙제할 때도 영구랑 같이 있었다. 봉천동 산동네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영구가 쥐약 먹은 쥐를 먹었다. 어떻게 그것에 입을 대었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어른들의 말이 그랬다. 그때 하림은 개의 눈이 파랗게 뒤집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쥐약 먹은 쥐를 먹은 영구는 미친 듯이 마당을 맴돌더니 급기야 창호문을 뚫고 방에까지 들어왔다. 하림의 눈과 딱 마주쳤다. 겁에 질린 하림이 구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영구야....”

글. 김영현/ 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