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유종의 미'라기엔 부족한 결과였다. 마지막까지 기대했던 시원한 승리는 없었다. 오히려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이란 금자탑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이유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A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이란에 0-1에 패했다. 4승2무2패(승점 14)를 기록한 한국은 우즈벡(승점 14)을 골득실(한국 +6, 우즈벡 +5)로 간신히 제치고 이란(승점 16)에 이어 조 2위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답답한 90분이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고 맹공을 퍼부었다. 지동원-김창수를 활용한 오른쪽 공격에 무게 중심을 실은 채, 김신욱의 높이를 적극 활용했다. 손흥민도 활발한 몸놀림으로 공격 활로를 개척했다. 한국의 공세에 이란은 전반 내내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번에도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다. 무수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7분 김신욱의 오른발 하프발리 슈팅은 크로스바 위로 날아갔고, 전반 13분 이동국의 왼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전반 18분 김치우의 왼발 프리킥 슈팅에도 힘이 너무 들어갔다. 3분 뒤 손흥민의 문전 오른발 슈팅은 빗맞으며 원바운드로 골문을 넘어갔다.
전반 41분에는 결정적인 기회마저 놓쳤다.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의 침투 패스를 받은 이명주가 골키퍼와 정면으로 맞섰다. 그러나 이명주는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슈팅조차 날리지 못했다.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경기는 이상한 흐름을 탔다. 결국 한국은 역습 한방을 맞고 무너졌다. 수비 실수가 화근이었다. 후반 15분 김영권이 자기 진영에서 볼을 빼앗겼고, 이를 틈타 레자 구차네자드가 골키퍼와 맞선 장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 한국은 이근호와 김보경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노력은 허사였다. 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과 장현수의 잇따른 골문 바로 앞 슈팅이 모두 골키퍼 정면을 향하는 불운까지 이어졌다. 후반 42분 김치우의 프리킥을 김영권이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골포스트 옆으로 벗어났다. 후반 종료 직전 이근호의 헤딩 슈팅마저 골문을 외면했다.
결국 한국은 0-1로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최악의 결과였다. 설상가상 이란 선수단은 경기 종료 직후 한국 벤치 앞에서 선수단을 도발하는가하면, 한국 관중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볼썽사나운 행동을 보였다. 분노한 관중들은 물병을 그라운드에 던졌다. 그보다 더 가슴 쓰렸던 것은,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최강희호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