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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는 오심, 넥센 두 번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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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는 오심, 넥센 두 번 죽인다 더그아웃을 빠져나가는 넥센 선수들[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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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오심으로 얼룩진 경기. 넥센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문제가 불거진 건 15일 잠실 LG-넥센전. 0-0으로 맞선 5회말 넥센은 3루수 김민성의 호수비로 2사 만루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바로 2루에 던진 공을 2루수 서건창이 잡아 1루 주자 오지환보다 먼저 베이스를 찍었다. 넥센 야수들은 의심 없이 공격 준비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어진 박근영 2루심의 동작 하나에 모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세이프였다.


마운드를 내려가던 브랜든 나이트는 “뭐라고(What)?”라고 소리를 지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야수들. 염경엽 넥센 감독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심판진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평정심을 잃은 나이트는 더 이상 에이스일 수 없었다. 오심으로 내준 실점을 시작으로 5회에만 8점을 내줬다. 경기는 그렇게 LG의 승리(9-0)로 굳어졌다.

넥센에겐 한 경기 이상의 패배였다. 연패 사슬을 끊는데 실패한데다 팀 분위기가 덩달아 곤두박질쳤다. 이전에는 겪지 못한 쓰라림이다. 넥센은 팀 창단부터 자율야구의 성격이 강했다. 전임 사령탑이던 김시진 감독은 선수단이 연패에 빠져도 다른 색깔을 입히지 않았다. 훈련시간을 30분가량 앞당겼을 뿐, 선수 스스로 해결하는 환경을 유지하려 애썼다.


바통을 넘겨받은 염경엽 감독도 다르지 않다. 전날 연장 승부를 치르거나 장거리 이동을 하면 휴식을 겸한 자율훈련을 지시한다. 선수들에게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 하지만 최근 방침엔 이상이 발생했다. 김민우, 신현철의 음주사고가 잇따라 터지며 자연스레 위기론이 대두됐다. 구단은 최근 관리 감독이 부족했단 이유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엄중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선수단 분위기는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염 감독은 여전히 자율야구를 넥센의 맞춤옷이라 여긴다. 그만의 야구 철학이기도 하다. 분위기 쇄신에 특효약은 단연 팀 승리. 그러나 이번 오심으로 구상은 다시 다음으로 미뤄졌다. 애매한 상황이 아니었단 점에서 억울함은 클 수밖에 없다. 박근영 2루심과 2루 베이스 사이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었다. 판정을 내리기에 최적의 위치였던 셈. 더구나 오지환의 손은 비디오 판독이 아니더라도 쉽게 판별이 가능할 정도로 공보다 2루 베이스에 늦게 닿았다. 이번 오심을 두고 적잖은 네티즌이 승부조작까지 거론하는 이유다.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는 건 야구인들도 마찬가지. 한 관계자는 “그 정도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면 누굴 믿고 경기를 뛰겠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관계자는 “네티즌이 승부조작까지 거론하는 게 당연하다”며 “가장 결정적인 상황에서 일반인도 저지르기 힘든 실수를 범했다”라고 했다.


KBO 산하 심판위원회는 16일 박근영 심판을 2군 퓨처스리그로 내려 보내는 자체 징계를 감행했다. KBO도 징계 여부를 두고 추후 논의를 진행할 예정. 하지만 정작 오심 피해를 입은 넥센은 아직 심판진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다. 구단 관계자는 “(16일 오전까지) 공식적인 사과나 따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한 야구 관계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넥센도 그렇지만 비싼 돈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 앞에서 사과하는 게 먼저일 텐데.”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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