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나주석 기자]한동안 잠잠했던 그리스가 '내우외환'에 흔들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국영 방송사 ERT의 폐쇄를 결정한 뒤 집권연정에 균열이 생기고 노동계의 총파업으로 정정이 불안해지고 있다. 외적으로는 그리스가 MSCI 선진 지수에서 탈락돼 증시의 대규모 자본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사회당과 민주좌파 지도부가 ERT의 폐쇄에도 연정 유지와 개혁 추진 의사를 표명했지만 속사정은 다른 듯하다. 에반젤로스 베니겔로스 사회당 대표와 포티스 쿠벨리스 민주좌파 대표는 각자 정부의 이번 결정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그리스 노동계는 방송국 폐쇄에 반발해 13일 총파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 방송 및 신문사들은 이미 파업에 들어갔다.
시민들도 폐쇄 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방송국을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에 개혁을 요구한 유럽연합(EU)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올리비에르 베일리 EU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주요 언론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EC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RT 폐쇄 결정이 발표된 날 MSCI 지수를 작성하는 MSCI바라는 올해 시장 재분류 심사 결과 그리스가 선진시장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선진시장으로 승격된 지 12년만에 신흥시장으로 강등됐다.
MSCI 선진지수 탈락은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MSCI 선진지수를 참고하는 펀드의 규모는 세계적으로 7조달러(약 7910조원)에 이른다.
MSCI 시장 분류 발표 다음날인 12일 그리스 증시는 1.7%나 빠졌다. 유럽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이었다. 그러잖아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로 신흥시장으로부터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그리스가 신흥국으로 분류돼 '엎친 데 덥친 격'이 됐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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