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나도 아직 헷갈린다."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전 선발 라인업에 대한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의 고민이다. 연막작전의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지만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범위는 투톱 파트너부터 측면 공격수, 미드필드진까지 모두 해당된다. 거듭된 실험에도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우즈벡과 7차전을 치른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행을 가늠하는 중요한 일전이다. 한국은 현재 불안한 선두를 달린다. 3승2무1패(승점 11점)로 우즈벡과 동률을 이룬 가운데 골득실(한국+6, 우즈벡 +2)에서 앞서 있다.
결전을 앞둔 최 감독은 필승을 다짐하며 새 판짜기에 몰두한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건 공격진 구성. 당초 유력한 선발 카드로는 김신욱-손흥민 투톱 조합이 꼽혔다. 제공권과 스피드를 두루 활용, 상대 수비를 압박하기 위한 노림수다. 부동의 원톱 이동국은 조커 투입이 점쳐졌다.
9일 파주NFC에서 진행된 훈련은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최 감독은 공격진의 맞춤 과외를 담당했다. 선봉엔 이동국-김신욱 투톱이 자리했고 손흥민은 왼 측면으로 위치를 옮겼다. 공격 자원을 모두 가동하며 조직력을 점검한 셈. 오른 측면엔 이청용이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좌우 풀백 김치우와 김창수가 공격 가담에 이은 크로스로 힘을 보탰다.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에서 벗어난 박종우는 2선에서 세컨드 볼을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 무뎌진 발끝을 가다듬는데 주력했다.
주전 조와 비주전 조로 나눠 재개한 자체 연습 게임에선 변화의 폭이 훨씬 두드러졌다. 최 감독은 후반 들어 주전 조에 김신욱-이근호 투톱을 내세웠다. 지동원은 왼 측면 공격을 담당했다. 중원에는 박종우 대신 장현수를 김남일의 파트너로 시험 가동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이 펼쳐졌다. 그 속에서 합격점을 기대할만한 전술 포인트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나마 뚜렷한 인상을 남긴 건 손흥민. 비주전조의 왼 측면 공격을 맡아 날쌘 움직임으로 2골을 책임졌다.
최 감독은 훈련 뒤 "다양한 조합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머릿속이 복잡하다. 구체적인 라인업은 나도 헷갈린다"라며 말을 아꼈다. 평소와 다른 굳은 표정에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선수단 역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말하면서도 전술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동국은 "어느 선수와 호흡을 맞춰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외부 판단에 흔들리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에 관계없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게 목표"라며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 만큼 우즈벡전을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들의 출전 여부에도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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