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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무책임하다. 모든 것을 조작하려 한다. 쉽게 과대망상에 빠진다. 비사회적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을 피상적으로 대한다"


성격이상자의 정의처럼 들리지만, 저자(조엘 바칸)가 본 기업(Corporation)의 성질이다. 기업은 여론을 조작한다. 언제나 자신이 1위 기업, 최고 기업이라고 착각한다.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지기를 거부한다. 시도때도없이 법을 어긴다. 한마디로 순악질에 구제불능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만회할만한 결정적인 강점(?)이 있다.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기가 막히게 돈을 잘 긁어모은다!


1564년 영국으로 거슬러올라가보자.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 설립한 왕립광산기업은 돈이 부족했다. 액면가는 1200파운드, 24주의 주식을 발행했다. 대규모의 자본을 끌어 모았다. 1565년엔 광물설비기업이, 1606년엔 뉴리버컴퍼니가 주식을 발행해 거액의 자본을 유치했다. 주식회사는 식민지 경영자금을 공급하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자본가들이 주식회사에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자본결집력은 놀라웠다. 주식회사는 금세 조합(Partnership, 소수 자본가가 개인 친분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출자해 소유와 경영을 겸하는 사업체)을 앞지르는 사업체가 됐고 '시대의 대세'가 된다. 이는 산업혁명을 타고 철도건설 붐에 탄력을 받아 현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이 인간으로 치자면 '사이코패스' 같다는 점이다. 저자는 기업이 인간의 다면적인 특징 가운데 못된 본성인 '물욕'만을 앞세운다는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찾는다. 기업은 '외부효과'를 저지른다. 주주에게만 이익이 가면 상관없다.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착취한다. 매연을 일으켜 자연환경을 파괴한다. 보팔참사와 엑손 발데즈 호 기름유출사고 등이 현실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외부효과다. 더 큰 문제는 이 골치아픈 존재가 지난 150년간 '절대정의'가 됐으며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로 성장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답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들의 주장을 인용, 한계점을 지적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은 주주의 재산이기에 순이익보다 사회와 환경을 우선하는 도덕적인 선택은 사실은 비도덕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데보라 스파는 "기업은 윤리를 선택하려고 만든 기관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피터 드러커는 "여러분이 소유한 기업의 경영자가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을 하고 싶어합니까? 그런 경영자는 즉시 해고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저자 역시 기업이 추구할 수 있는 선의에는 한계가 있다고 못박는다. 제약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제약회사는 대머리나 발기부전 치료제로 떼돈을 번다. 반면 말라리아나 결핵치료제는 큰돈이 안된다. 세계 인구 80%가 개발도상국에 살지만 개발도상국 시장이 세계 의약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제약회사는 발기부전 치료제, 대머리 치료제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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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파이저와 엔론, 나이키, BP, GM, 기아자동차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사례로 등장시켜 주장에 힘을 싣는다. 다만 해결의 실마리를 정부와 민주주의에서 찾는 결말이 다소 허탈하다. 노엄 촘스키가 "이 책은 건설적인 행동에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알수 있듯 진보적 관점에서 기술된 책이라는 점도 유념하고 보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세계를 지배하는 집단, '기업'이란 존재를 낱낱히 해부하면서 보여주는 역사적·윤리적 통찰은 빛난다.


<'기업의 경제학'/조엘 바칸 지음/황금사자 출간/값 1만4000원>




구채은 기자 fakt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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