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에서 STX 빠지나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7일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향후 STX팬오션의 향배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 당장 직원들의 고용 보장과 임금 동결 등의 여부가 관심사다. 강덕수 STX 회장의 STX팬오션에 대한 지배력에 대한 향방과 채권단의 의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정관리 기로에선 STX팬오션= STX팬오션은 이날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서울중앙법원에 신청했다.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택한 것은 유동성 부족에 따른 부도를 막기 위해서다. 산업은행에 2000억원의 운용자금 지원 및 회사 인수를 제의했지만 신통치 못한 답변을 들었다. 결국 자금 압박을 견딜 수 없다는 판단에서 STX팬오션은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자본잠식 상태도 아니고 부채비율도 302.2%대로 실제적으로는 우량기업이나 유동성 부족이 문제인 상황"이라며 "청산가치보다도 회생가치가 당연히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STX팬오션의 신청에 따라 빠른 시일내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회생가치와 청산가치 중 어느 쪽이 많은가를 비교하고 채권단과 STX팬오션의 향방을 결정한다. STX팬오션 측의 바람대로 회생가치가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실사에서 드러났듯, 장기운송계약이나 용선 등이 실제로 STX팬오션의 수익자산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법원이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STX팬오션은 유동성 부족에 따라 청산절차를 밟아야한다.
◆산업은행은 바라만 봤는가?= 류희경 산업은행 부행장은 이날 오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 채권단이 팬오션 지원을 거부한 것은 채권단 외에 갚아야 할 차입금이 많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나오지 않아 상환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만 "(법정관리) 개시결정 이후에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우선변제권을 가질 수 있다"며 "채권은행과 협의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정관리 전 STX팬오션은 밑 빠진 독이었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언제 갚을지 모르고 시황만 봐야 하는 답답한 형국이기도 했다. 다만 법정관리 후에는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채권단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간단한 논리다.
이에 대해 STX팬오션 측은 법정관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산업은행의 인수를 포기함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투자자들의 불안을 더욱 조장했다는 주장이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손익 계산은 산업은행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이뤄졌다"며 "손실은 시황 개선 없이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고 수익은 불황인 현재 수익이 미래에도 이어질 것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법원의 자산 재평가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반영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직원들 월급은 나올까요?"= STX팬오션의 법정관리가 법원에 받아들여지면 STX팬오션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STX팬오션의 부채는 선박금융 2조5000억원, 회사채 1조2000억원, 은행 채권 7000억원 등으로 나뉜다. 류 부행장은 "투자자, 거래처 모두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현재 차입금은 4조5000억원 수준이지만 회생계획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법정관리 진행시 회사채 등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회수율도 10% 정도에 불과해 투자자들의 피해는 극심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회사 자체적인 고통 분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진다. STX그룹이 지난 5일 유천일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조직개편에 나섰지만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관리시 직원들의 임금은 다른 채권에 비해 임금채권은 선순위 채권으로 보호되는 만큼 직원들이 당장 월급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적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중 한 가지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강덕수 회장의 지배력 유지될까"=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오히려 STX팬오션 측에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을 종용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STX팬오션은 법원이 밑 빠진 독인지 여부를 가려내면 법원의 통제 아래 자금이 집행된다. 강 회장의 손에서 사실상 벗어나는 셈이다.
법정관리업체의 CEO역할을 하게 되는 법정관리인도 유 대표가 아닌 채권단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대체할 수 있다. 향후 지속적인 감자가 진행되면 강 회장과 STX의 지분도 계속 줄어들면서 채권단의 입김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자본잠식 기업이 아니기에 실제로 어느 정도 감자가 이뤄질지는 모르겠으나 강 회장의 지배력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팬오션의 법정관리가 끝난 뒤 매각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현 경기침체가 계속 되는 한 강 회장 이를 사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STX팬오션이 법정관가 받아들여지면 더이상 'STX'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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