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기반 약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국내 가스시장 독점구조, 채굴기술 부족 등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천연가스보다 최대 30%이상 저렴한 셰일가스 개발이 국내 산업계에는 별 혜택이 없거나 오히려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6일 발표한 ‘셰일혁명이 우리 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정책대응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셰일가스 개발로 국제가스가격이 대폭 낮아지더라도 한국경제는 ▲제조업 생산기반 약화 ▲화학·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국내 가스시장의 독점구조 ▲채굴기술 부족에 따른 해외 셰일가스 확보 어려움 등의 4대요인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셰일가스는 암석층에 갇혀있는 가스로 최근 시추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산이 본격화됐다. 천연가스보다 20~30%가량 저렴하며 채굴가능매장량은 59년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가스 생산지가 중동과 러시아 중심인데 반해 셰일가스는 중국(19.3%), 미국·캐나다(18.9%)에 집중돼 있어 에너지 공급시장에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우선 셰일혁명 진원지인 미국으로 국제생산기지가 재편이 진행 중이고 향후 최대 가채매장국인 중국으로 이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생산비용이 낮은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쏠림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제조업 생산거점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으며 우리 기업들도 셰일가스 생산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학업종을 비롯한 주요 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셰일가스를 원재료로 하는 미국산 화학제품의 생산원가가 우리의 60%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석유화학 기초제품에 해당하는 에틸렌 1t을 만들 때 한국은 석유추출물인 나프타 사용으로 제조원가가 1000달러에 달하는 반면, 셰일가스를 활용하는 미국은 600달러, 천연가스로 만드는 중동은 200달러에 그치고 있어 나프타 기반 화학산업의 존재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종도 셰일가스용 강관수요 증가는 호재이지만 미국, 중국의 제철 원가경쟁력 강화로 악재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종 역시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신규발주 증가는 호재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에너지자급에 따라 해상물동량이 감소할 전망인데다 원유시추를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도 급감할 것이어서 악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부터 미국산 셰일가스가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지만 국내의 독점적 시장구조와 압축·물류비용 때문에 가스가격 인하혜택이 발생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저렴한 미국 셰일가스 도입에도 불구하고 기존 물량과의 산술평균을 통해 10% 정도만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가격인하와 가스공급 원활화를 위해 직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경쟁체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셰일가스를 본격화한 미국 산업용 가스가격은 2009년 1TOE당 227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154.8달러까지 떨어졌지만, 국내가격은 같은 기간 532.8달러에서 802.5달러까지 치솟았다. 가스공급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가격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셰일가스 채굴기술이 부족해 세계자원시장에서 셰일가스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셰일가스는 미국 외에도 중국과 폴란드 등에 상당량이 매장돼 있지만 개발은 미국이 대부분 독식하는 실정"이라며 "기술개발 없이는 셰일가스 확보전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셰일혁명시대를 맞아 생산기지가 자원보유국으로 이전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셰일가스 확보를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 공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광구를 개척하는 한편,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설비에 대한 투자확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생산공정 혁신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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