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시엘 e베이 창업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을 창업해 온라인 경매 사이트 e베이에 판 뒤 지금은 억만장자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 중인 피터 시엘(45·사진)은 올해 봄 모교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의한 바 있다. 창업이 주제인 이번 강의에서 시엘은 페이팔을 창업하고 페이스북에 투자하는 과정으로부터 알게 된 지식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대학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시엘이 대학에서 강의했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시엘은 미국 명문 스탠퍼드에서 학위를 두 개나 땄으면서도 미국의 대학 교육 시스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시엘은 대학 시스템이 망가진데다 학생들에게 잘못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대학이 재미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졸업 후 20년 동안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빚의 노예로 살게 되리라 생각하면 재미는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엘이 설립한 '시엘재단'은 돈까지 줘가며 학생들에게 대학을 그만두라고 독려한다. 시엘재단은 '20 언더 20'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세 미만 청년 20명'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고등학교나 대학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시엘재단은 대학 졸업장 대신 창업을 택한 20세 미만 젊은이 22명의 면면에 대해 지난달 16일 공개했다. 이들이 제3기 '시엘 펠로우'다.
시엘재단은 올해 49개 국가의 학생들로부터 시엘 펠로우 지원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미국·영국·독일·인도·중국·캐나다·싱가포르 출신 학생 22명을 엄선해 시엘 펠로우로 선정했다. 시엘 펠로우는 올해까지 3기째 이어져 총 63명으로 늘었다.
시엘재단은 시엘 펠로우들에게 연간 10만달러(약 1억1135만원)씩 2년 동안 지원한다. 3기 시엘 펠로우의 경우 2년 간 1인당 20만달러씩, 총 22명에게 440만달러가 지원되는 셈이다. 시엘 펠로우는 2년 동안 20만달러를 받아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돈으로 사업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
1기 제임스 프라우드는 시엘 펠로우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자기가 창업한 '긱로케이터'를 뉴욕의 한 사업가에게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프라우드는 "적잖은 돈을 받았다"고만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시엘 펠로우가 진로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시엘은 "창의적인 소수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엘재단은 시엘 펠로우들이 인생에서 성공하는 데 학위보다 지적 호기심, 투지, 그리고 결단력 같은 게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20 언더 20' 프로그램을 통해 30개가 넘는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졌다. 이들 기업이 외부로부터 유치한 자금은 3400만달러를 웃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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