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저詩]황지우 '게눈 속의 연꽃.1'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43초 소요

처음 본 모르는 풀꽃이여, 이름을 받고 싶겠구나/내 마음 어디에 자리하고 싶은가/이름 부르며 마음과 교미하는 기간,/나는 또 하품을 한다//모르는 풀꽃이여, 내 마음은 너무 빨리/식은 돌이 된다, 그대 이름에 내가 걸려 자빠지고/흔들리는 풀꽃은 냉동된 돌 속에서도 흔들린다/나는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는 짐승이다//흔들리는 풀꽃이여, 유명해졌구나/그대가 사람을 만났구나(......)


황지우 '게눈 속의 연꽃.1'중에서


■ 1990년에 발표된 이 시는 김춘수의 '꽃'(1952)을 읽고 자란 세대의 헌사의 냄새가 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다만 존재에 속하는 부차적인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이름이, 김춘수에 와서 존재를 생성하는 창조와 개념의 원천이라는 발상으로 뒤집혔을 때, 망치로 한 방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황지우는 그 충격을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대가 있다"는 소박한 중얼거림으로 돌려주고 있다. 그는 그러나 존재보다 크게 보였던 이름을, 다시 마음의 폴더 하나에 가볍게 들여앉히고 있다. 김춘수의 꽃은 원형과 보편이었지만 황지우의 들꽃은 어쩐지 세속과 체험의 냄새가 난다. 그에게 시를 인정받고 싶은 어느 여인이 떠오르면서 장면들은 제법 구체적인 비주얼이 될 듯하다. 하지만, 마음과 이름이 겹쳐졌다 하더라도, 같은 것이 된 건 아니다. 식은 돌처럼 굳은 마음 안에 들어 있는 이름의 고통과 망념. 그는 돌을 깨어 불을 꺼내 가는 원시의 사내처럼 그 이름을 가져가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