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현장, 총리가 직접 간다

국무조정실, 조정회의 열어 69개 갈등과제 대응키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정홍원 국무총리가 국가 갈등관리에 직접 뛰어들었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국보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찾았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박맹우 울산시장에게 "문화재도 보존하고 물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두 개의 상충된 목적이 있다 보니 정부가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물 문제를 해결하자니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자주 잠겨 보존이 어렵고, 암각화 보존을 하자니 울산시 물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충돌적 갈등'을 언급한 것이다. 정 총리는 앞으로 이처럼 첨예한 갈등과제에 대해서는 직접 나서서 현황을 파악하고 국무조정실이 '갈등관련 조정회의'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은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주요 갈등을 69개로 정리했다. 단계별로 보면 현재 진행형은 '반구대 암각화 갈등' 등 50개, 잠재적 갈등 유형은 앞으로 문제가 될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19개로 진단됐다. 주체별로 나눠보면 69개의 주요 갈등 중 '국가와 주민'의 갈등(원자력발전소 건립 등)이 41개로 가장 많다. 이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안양교도소 재건축 등) 16개, '지역과 지역의 갈등(낙동강 맑은 물 공급 등) 이 12개로 나타났다. 갈등의 대부분이 국가와 주민 사이에 발생하고 현재 진행형이 많아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무조정실은 갈등과제를 풀기 위해 갈등관리 시스템을 개편 중이다. 국무조정실 공공갈등관리지원관의 관계자는 "각 부처별로 갈등관리심의위원회가 있는데 이를 통해 우선 해당 부처별 관계되는 갈등 관리를 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다부처가 관계되는 갈등의 경우 국무조정실이 앞장 서서 조정회의 등을 통해 선제적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또 갈등관리 전문가들로 이뤄진 인재풀을 구성해 놓고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갈등관리 관련 포럼을 개최하고 관련 부처 관계자들은 물론 시민단체,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해 전체적으로 논의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공공갈등관리지원관측은 "최근 여러 부처가 동시에 관련돼 있는 갈등이 많아지고 있고 민간 갈등의 경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갈등관리의 중심 흐름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실제 이해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심층 원인을 분석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은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 이른바 '갈등 엑스레이'를 찍어 면밀히 조사한 뒤에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발전적 갈등관리 해결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