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 간 회담에 속히 나와야"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북한은 28일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공단 기업인들과 함께 방북해도 좋다는 뜻을 밝혔다. 통일부는 이를 진정성이 결여된 행동으로 판단하고, 북한을 향해 당국 간 실무회담에 조속히 나올 것을 재차 촉구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공업지구 기업가들의 방문을 이미 승인한 상태이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반출 문제를 포함하여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담화는 "남조선 당국은 신변안전과 같은 공연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으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성원들을 함께 들여보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화는 "공업지구 사업이 재개되고 정상화되면 원자재와 제품 반출문제는 애당초 제기되지도 않을 것이며 이것은 회담으로 풀 문제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대화 자체를 부정한 적이 없으며 개성공업지구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 문제해결을 시종일관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담화는 또 "실무회담만을 되풀이하며 생떼를 쓰는 것은 문제 해결에 장애를 조성하면서 현 중단사태를 장기화해 개성공업지구 설비와 자재를 다 못쓰게 만든 다음 공업지구가 스스로 사멸되게 하자는 데 있다"며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이날 담화가 나온 직후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담화에 우리가 제안한 당국 간 회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어제 정부가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던 상황에서 본질적으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당국자는 전날 대변인 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과 관련, "북한이 우리가 제의한 당국 간 대화를 거부하면서 자꾸 민간에 대해서만 접촉하려 하는 것이 진정성의 측면에서 문제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며 "개성공단 문제는 더 이상 민간 차원에서 풀기 어려운 단계에 와있기 때문에 당국끼리 만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기업이나 민간단체를 접촉할 것이 아니라 하루 속히 당국 간 대화에 나와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며 성명을 되풀이했다.
당국자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전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려면 (갑작스런 대화를 통해)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언제라도 개성공단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 공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발전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당국자는 "우리가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굳이 북한이 실무회담에 호응해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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