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금리상승에 베팅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국내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외국인들이 채권금리 상승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24일까지 3년 만기 국채선물을 5만5625계약 순매도했다. 금액으로는 5조9345억원에 달한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 2011년 6월 기록한 7만7937계약 순매도 이후 역대 두번째 규모다.
국내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주로 글로벌 헤지펀드 자금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환율보다는 금리 변동에 민감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는 국채선물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향후 인하 기대감이 사라진데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출구전략 논의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며 외국인이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며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금주 외국인 매도 추세를 지켜봐야 하지만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 경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최대 순매도까지는 아직 2만2312계약이 남아 있지만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점차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23일 1만6843계약을 순매도한데 이어 24일에는 9288계약을 팔아치웠다. 일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는 지난 3월29일 기록한 2만1943계약 순매도다. 한 채권 관계자는 "외국인이 확실하게 금리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주에도 매도세는 이어지리라 본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은 현물 시장에서도 금리 상승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 대규모 만기 도래에 앞서 선투자를 하면서도 만기가 짧은 통안채 위주로 매수하고 있는 것. 채권금리 상승 시 단기물일수록 자본손실이 적다. 내달 외국인 채권 만기는 약 9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한꺼번에 만기연장(롤오버)하기에는 부담스런 물량인 만큼 외국인은 미리 선매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4조9413억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이 중 90% 가량이 단기물인 통안채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현물 채권) 투자 증가는 대규모 만기에 대비한 선투자와 금리 상승에 대비한 투자가 반영된 결과"라며 "미래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손실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장기물보다는 단기물 통안채에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액은 100조1702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