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세 번의 실수는 없다. 'K리그 클래식 대표'라는 사명감까지 주어졌다. FC서울의 아시아 무대 정상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이 가려졌다. FC서울이 K리그 클래식 팀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명실상부 이번 대회 마지막 남은 대한민국 프로축구의 자존심이다. 전년도 K리그 디펜딩 챔피언이란 상징성까지 더해졌다.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해외 언론과 베팅업체들도 서울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고 있다. K리그 클래식 클럽 가운데 외롭게 8강에 오른 것조차 큰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울산 현대 역시 K리그 팀 중 홀로 8강에 진출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사실 그동안 서울의 ACL 도전사는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2009년 32강 본선 체제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두 차례 출전, 공교롭게도 모두 8강에서 한 골 차로 아픔을 맛봤다.
2009년 8강 상대는 움살랄(카타르)이었다. 1차전 원정에서 전반을 2-0으로 앞서고도 후반 내리 세 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2-1로 앞서던 후반 22분 골라인을 통과한 안태은의 슈팅이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불운이 컸다. 홈 2차전에선 상대의 '침대축구'에 휘말리며 1-1 무승부에 그쳤다.
2년 뒤 결과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알 이티하드(사우디)와의 8강전 원정 1차전. 상대 공세를 염려한 선수비-후역습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 서울답지 않은 무력한 경기 끝에 1-3 대패를 당했다. 홈 2차전 1-0 승리에도 결국 골득실에 뒤져 고배를 마셨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진 않겠다는 각오다. 앞선 두 대회에 모두 참가했던 고명진은 "당시엔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며 "한 골만 더 넣으면 되는 상황에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올해는 다르다"라며 "선수 구성 자체가 더 좋아졌고, 무엇보다 ACL 우승에 대한 팀 전체의 열망이 훨씬 커졌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대회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16강전 극적인 역전승을 그 증거로 내놓기도 했다.
최용수 감독 역시 "감독 대행을 맡았던 2년 전에는 내 판단 실수로 알 이티하드에 패했다"라며 "이번엔 경험이 풍부하고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은 만큼 꼭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큰 이유는 또 있다. 그동안 대회 전신 격인 아시안클럽 챔피언십을 포함, ACL 우승을 차지한 K리그 클래식 클럽은 모두 여섯 팀이다. 포항이 3회로 아시아 최다 기록을 자랑한다. 성남과 수원이 2회, 전북·부산·울산이 각각 1회씩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반면 서울은 2002년 대회 준우승 1회가 전부다. K리그 클래식에서 손꼽히는 빅클럽으로서 허전함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서울은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단 변화가 거의 없었다. 우승 직후 적잖은 전력 누수를 겪는 후유증을 피한 것. 그 뿌리에는 ACL 우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주장 하대성이 평소 열망하던 해외 진출까지 1년 뒤로 미룬 이유도 다름 아닌 구단 최초의 ACL 우승 때문. 간판 공격수 데얀 역시 "두 번이나 실패했던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ACL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과연 선수들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있을까 걱정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의 ACL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내 생각 이상으로 대단하다"라며 "우리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외에도 가시와 레이솔(일본)·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알 샤밥·알 아흘리(이상 사우디)·에스테그랄(이란)· 레퀴야(카타르)가 8강에 올랐다. 대진은 다음달 20일 추첨으로 결정된다. 특히 8강전부터는 동아시아-서아시아 구분 없이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1차전은 8월 21일, 2차전은 9월 18일에 각각 열린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