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엔화약세는 일본 수출기업들이 실감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되면 달러화 표시 가격이 떨어진다. 이는 곧 가격경쟁력을 갖는다는 뜻이 된다. 품질 차이가 별로 없으면서 일본과 경합하는 제품이 많은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데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수출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고장 안나기로 유명한 캠리와 렉서스 등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엔화 강세의 덫에 걸려 맥을 못추었다. 사정은 닛산과 혼다 등 자동차 업체와 캐논 등 카메라 업체,소니를 비롯한 전자 업체들에서도 마찬 가지였다.
그러나 올들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2엔대로 18% 정도 떨어지면서 그림은 일거에 바뀌었다.아베 신조가 취임해 엔화 약세 정책을 본격 편 회계연도 4분기(2013년 1~3월) 도요타 자동차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순익은 각각 5조8400억 엔과 5023억 엔,3193 억 엔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의 지난 회계연도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순익은 각각 22조642억 엔과 1조3209억엔, 9621억6300억 엔으로 각각 18.7%,271.4%, 239% 나 증가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엔화 약세가 본격화한 이번 회계연도 순익이 40% 증가해 전년의 세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닛산도 2012 회계연도 매출액 9조6295억 엔, 영업이익 5235억 엔, 순익 3424억 엔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도에 비해 2%,1%,-4% 등 소폭의 증가세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닛산은 그러나 내년 3월 말로 마무리되는 2013 회계연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익 전망치는 이번 회계연도보다 8%, 17%,23% 증가한 10조3700억엔과 6100억엔, 4200억 엔을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도요타와 닛산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자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부문 수출업체에서 고루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다.
엔화 약세의 어두운 면도 없지않다. 수입가격을 높이는 점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후 터진 원자력발전소 폭발이후 원유 등 화석연료 수입을 크게 늘린 일본은 수입 연료비 상승에 이은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씽크탱크로 전 일본은행(BOJ) 부총재인 이와타 카즈마사가 사장으로 있는 일본경제연구소는 달러당 100엔이 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엔화 추가 약화시 일본 경제의 회복을 방해하거나 침체에 빠지도록 경고하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엔화가 달러당 105엔에서 110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이와타 사장은 120엔까지 점치고 있다.수출업체들의 실적개선과 수입물가 상승으로 수출기업만 빛을 보는 반면, 내수 기업은 죽을 쑬수 있는 그림이 예상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