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마 참여 방북 예의주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일본이 주변국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북한과 접촉에 나선 데 이어 북ㆍ일 정상회담까지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일본인)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정상회담이 중요한 수단이라면 당연히 회담을 생각해가며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비춰볼 때 현재 방북 중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총리실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參與ㆍ자문역)는 현안 처리 외에도 북ㆍ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이지마 참여가 애초부터 정상회담을 겨냥한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다는 설도 나온다.
이지마 참여는 이날 북한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를 만났다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매체들은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아베 총리도 참의원에서 이지마의 구체적 방북 목적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국제비서는 북한 노동당에서 대외 문제를 총괄하는 자리로, 당 내 권력 서열 20위권의 고위급이다. 면담에는 리영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등도 참석했다.
앞서 14일 이지마 참여의 방북 사실이 알려졌을 때 한ㆍ미 양국은 발칵 뒤집혔다. 일본은 이지마 참여의 방북을 한국과 미국에 통보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추진했다. 더욱이 이번 방북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3일부터 한ㆍ중ㆍ일 3국을 순방하는 도중에 이뤄져 더욱 충격을 안겼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이지마 참여의 방북 자격과 목적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미국 정부도 그의 방북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 내에서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시점에 일본이 독자 행동에 나선 것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공고해진 한ㆍ미 대북공조가 일본이라는 변수에 탄력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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