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ECD 결핵 발병률·사망률 1위 불명예
-고령화·과로·다이어트 등으로 영양 불균형 환자 늘어
-정부, 결핵 조기퇴치 뉴 2020 플랜…노인 등 취약계층 검진 확대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결핵은 '사라진 질환'이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 1950~60년대에 한창 유행하다 정부 차원의 결핵예방 활동과 치료 사업 덕분에 결핵 환자가 빠른 속도로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75종의 법정 감염병 가운데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꼽힐 정도다.
◆결핵이 뭐지= 결핵은 결핵 환자가 기침을 할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균'이 다른 사람들이 숨을 쉬는 동안 폐로 들어가 전염된다. 폐로 들어간 결핵균이 증식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결핵이라고 한다. 결핵은 주로 폐에서 발생(폐결핵)하지만 우리 몸 어디서나 나타나기도 한다.
결핵균이 폐로 들어왔다고 해서 모두 결핵에 걸리진 않는다. 대부분 자체 면역력에 의해 결핵균이 제거되거나 증식하지 못하도록 억제된다. 다만 일부는 결핵균이 면역 기전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증식해 (활동성) 결핵이 발병한다. 후천 면역으로 억제됐던 결핵균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도 있다. 보통 결핵에 감염(양성 반응)되면 10% 정도만 평생에 걸쳐 한번 정도 결핵이 발생한다. 나머지 90%는 결핵균에 감염은 됐지만 발병하지 않은 '잠복 결핵 감염' 상태에 놓인다.
결핵에 걸리면 기침, 객담, 미열, 식은 땀, 체중 감소, 피로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혹은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다른 호흡기질환과 증상이 비슷한 탓에 결핵에 걸려 기침을 해도 대부분 감기약을 먹고 만다. 만약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체중이 줄고 잘 때 식은 땀을 흘린다면 결핵을 의심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본다. 결핵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1차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결핵약은 최소한 6개월은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김천태 국립마산병원장은 "결핵약을 복용하다 조기 중단하면 기존 약에 내성이 발생해 치료에 실패할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1~2개월 복용 후 증상이 보전됐다고 해서 환자 임의대로 약을 중단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사라지지 않은 결핵=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결핵 감염률은 1965년 64.2%에서 1990년 44.4%로 줄어 현재 30%대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3명 가량이 결핵 보균자라는 말이다. 인구 10만명 당 결핵 유병 수준을 따져보면 1965년 5100명에서 2011년 기준 149명으로 97%나 감소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아직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인구 10만명 당 결핵 발생률은 각각 3.9명, 20명으로 단위 자체다 다르다. 사망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 당 사망률은 4.9명인데 반해 미국과 일본은 0.13명, 1.7명에 불과하다. 2011년 새로 발병한 결핵 환자도 3만9557명(사망자 2364명)으로 전년 대비 8.6%나 늘었다. 사라져가던 결핵이 여전히 요주의 대상이 된 건 고령화와, 과로, 무리한 다이어트, 영양 불균형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이 증가한 탓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절반으로 줄이는 '결핵 조기 퇴치 뉴 2020 플랜'을 만들었다. 결핵을 조기 발견하고 완치될 때까지 정부가 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법을 정비하고 시설·교육·연구·파트너십 등 인프라도 병행 보완하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노숙인·쪽방 거주자·외국인·65세 이상 노인 등 취약계층과 고위험군 검진 대상을 확대, 결핵 검진의 사각지대를 없앨 계획이다.
이덕형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아무리 노력해도 금방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잠복 감염과 노인층 비율이 높아 신속히 발견하고 확실히 치료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실시중인 '민간-공공 협력 사업'(private-public mix, PPM)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결핵 환자의 92%가 민간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민간에서 이뤄지는 결핵 관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복안이다. 결핵 환자 100명 당 결핵 전담 간호사 1명을 민간 의료기관에 파견해 결핵 환자 관리를 돕고 치료율 향상을 꾀하고 있는데, 현재 전국 116개 의료기관에 전담 간호사가 파견됐다.
이덕형 센터장은 "PPM 사업으로 인해 정부에서 결핵 환자의 83% 가량을 제도권에서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 2~3년내 현저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과거 결핵 환자가 이용하는 의료기관 중 보건소와 민간의 비율이 7대 3 이었다면 현재는 1대 9로 역전된 만큼, 전국 116개 의료기관에 파견된 결핵 전담 간호사가 환자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성에 맞게 결핵 관련 전략을 짜고 병원과 협조하는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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