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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淸思]공정위 냉대에 乙은 두 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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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주말인 지난 11일 오후. 청계천은 봄날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청계1가에서 을지로로 가는 대로변의 중간쯤, 승합차 안에는 피곤에 겨운 3명이 잠들어 있었다. 남양유업 본사가 있는 대일빌딩앞에서 농성중인 대리점협의회 집행부다.


주변에는 호소 피켓과 밀어내기한 남양유업 제품들이 널려 있었다. 창문을 두드리니 졸린 눈을 비비며 반갑게 맞아준다. 정승훈 총무와 일행이다. 이제 희망을 빛을 보기 시작한 눈치다. 이들이 농성을 시작한 것은 지난 1월28일. 오늘(13일)로 106일째다.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와야 했다. 12명의 멤버들이 교대로 현장을 지켰다.

어둠 속에서 대리점주들이 먼저 찾은 곳은 공정거래위원회였다. 공정위에서 "조사에 일년이 걸릴 수도 있다" "증거자료를 내놓아라"라는 답을 들었다.


대리점주들은 발길을 검찰로 돌려 4월1일 남양유업을 고발했다. "공정위는 귀를 닫고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녹취록이 폭로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증거를 달라고 하고 조사에 일년이 걸린다더니 조사착수 일주일만에 (남양유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대리접협의회 집행부 사람들은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에 냉소를 보였다.

희망의 빛을 준 것은 국민여론이고 같은 을의 입장에서 동병상련을 느낀 편의점주들이다.


대리점주들을 도와온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안진걸 사무처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니라 불공정거래 위원회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처장은 "남양유업외에도 CU, 세븐일레븐, 롯데, 농심, 한국타이어, CJ대한통운 등 최근 1년여 사이에 신고된 10건이상의 유사한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안처장은 "공정위가 신고자들에게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다"면서 "의지도 인력도 예산도 없다"고 지적했다. 안처장은 공정위의 이같은 행태를 분석해 조만간 국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사태가 경제검찰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비난으로 불똥이 튀는 것이다.


공정위는 억울해 한다. 본사의 밀어내기에 적용하는 법규는 공정거래법 23조4호 거래상 지위남용(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조항이다. 이조항을 적용해 현대자동차의 대리점에 대한 밀어내기에 과징금을 매겼는데 대법원에서 패소했다고 설명한다. 또 형사고발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악의성 고의성 등이 입증돼야 하는데 기업의 영업전략으로 인정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설명대로라면 본사의 밀어내기 강매는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그러나 변명이라기보다는 공정위의 직무유기를 고백하는 자백이다. 공정거래법 23조4호는 96년12월30일자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대리점주들의 공정위에 대한 호소는 끊이지 않았지만 주무부처로서 그 호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던 셈이다. 국회에서 지금 이조항을 강화하는 속칭 '남양유업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경제민주화의 첨병'을 자부하기 전에 '을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냉소를 받는 지' 자문해야 할 때다. 왜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에게 '어둠속의 빛이 아닌 어두운 굴이 됐는 지'를 곰곰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최창환 대기자 choiasia@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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