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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혈세 50억원 나눠먹은 '서민금융지원기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3분 54초

서울시 산하 서울신용보증재단, 방만경영 혈세낭비 특혜성 인사 등 총체적 난맥상...서울시 감사 결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서울시가 소기업ㆍ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혈세 낭비ㆍ방만 경영ㆍ특혜성 인사 등 총체적 난맥상에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시가 지난해 6~7월 실시한 재단의 2009년 이후 업무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신보 임직원들은 지난 3년간 50여억원에 달하는 성과급ㆍ각종 수당 등을 규정을 어기며 '나눠먹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본급 50~100%에 달하는 이른바 '클린이행성과급' 22억3033만원이 대표사례다. 재단은 "직원의 깨끗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통해 재단의 투명ㆍ윤리경영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에는 "특별성과급은 사업비 절감ㆍ수익증대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며 임의적인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돼 있다.


자기계발비, 시간외 수당 등은 실비 성격으로 지급해야하는 급여도 나눠먹기의 수단이었다. 재단은 자기 계발비를 2008년까지 실비가 아닌 전원에게 정액 지급하다가 2009년부터는 아예 직원 1인당 자기계발비 120만원을 기본연봉에 편입시켜버렸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기본급 인상은 물론 이에 연동되는 성과급ㆍ시간외수당ㆍ연차휴가 수당 등도 덩달아 올려받는 수혜를 누렸다. 시간외 수당도 2009년에 3억498만원을 근무여부와 관계없이 일괄 지급했으며,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시간외 수당 예산 총 9억2744만40000원을 성과 연봉으로 편성해 모든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성과가 있는 직원들에게 격려조로 지급해야 하는 포상금도 나눠먹기로 이용됐다.재단은 지난 2009년 4월 정규직 100만원ㆍ비정규직 50만원씩 총 1억7800만원을 성과 등 포상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같은해 7월에도 총 3억7071만7000원을 똑같이 지급했다. 이렇게 해서 직원들에게 성과와 관계없이 지급된 포상금은 총 13억4378만6000원에 달한다. 연봉직 임직원들의 급여도 업무성과와 관계없이 근무연수ㆍ직급ㆍ직위만 감안해 결정하는 등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됐다. 개인성과급도 마찬가지였다. 재단은 2009년 12월 지급대상자의 98%에게 S등급, 나머지 3명은 A등급을 부여한 후 등급별 차별을 않고 일괄적으로 기본급 100%를 개인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등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인성과급 지급 기준·방법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 규정상 지급 대상이 아닌 임원ㆍ이사장에게 시간외 수당(22명ㆍ총 1억4206만원)이나 개인성과급(이사장 1인 2년간 746만3311원)을 지급하는 일도 있었다.


인사 관리도 엉망이었다.비상근 자문위원(정책조사역)을 위촉해 실제 역할 수행이나 업무실적이 없는데도 자문료 명목으로 2009년 10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매월 300만원씩 꼬박꼬박 총 2700만원을 지급했다. 비상근자문위원은 월 100만원의 업무추진비에 대해 사전ㆍ사후 통제도 없이 매월 말일 목록만 지출하는 특혜를 받기도 했다. 경력직원 채용도 정원의 범위 내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쳐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사장만의 결단으로 지난 2008년 전산경력직원 1명을 채용했다. 원칙대로라면 정원보다 2명이 초과돼 채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직원은 현재 종로지점에서 당초 경력과 전혀 무관한 보증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계약직 채용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15명을 채용하면서 이중 30%인 124명을 공고도 없이 채용 부서장만의 추천으로 특별채용해 계약직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회계 및 계약 분야에서의 난맥도 심각했다. 재단 임직원들이 사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쓴 것만 이 기간 동안 258건 1583만5000원에 달했다. 재단 이사장, 이사, 지점장 등은 업무와 무관하게 호텔 멤버십 회원 가입비와 지인들과의 산행 뒷풀이비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쌈짓돈'처럼 법인카드로 업무추진비를 썼다. 회의비 예산으로 직원 생일 축하케이크를 사는가 하면 호프집에서 회의비를 결제하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접대성 경비로 1인당 1회 4만원 이하를 쓰고 대상ㆍ장소ㆍ목적 등을 정확히 기재해야 하지만, 2009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39건 3276만4000원을 집행하면서 특별한 이유없이 분할 결제하고 사용 용도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았다. 50만원 이상 지출한 접대성 경비도 39건 2909만9000원에 달했으며, 이 역시 상대방의 인적사항 등이 기재되지 않는 등 부적정한 회계처리가 이뤄졌다. 한 지점장은 2010년 7월 소속직원들과의 식사대금을 운영비로 결제하고선 거래처와의 담보보증 확대 명목으로 지출한 것처럼 처리하는 등 총 35건 221만1000원의 운영비를 부적정하게 회계처리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재단은 또 지난 2009년 6월 인원 대비 필요 면적 이상의 큰 건물을 본점용으로 매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건물 매도자에게 특혜를 주는 등 16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재단은 당시 상주인원 및 장래수요까지 감안해도 3700㎡ 정도의 건물이면 본점용으로 충분한데도, 필요 면적을 7633㎡로 '뻥튀기'했다. 여기에 한술 더떠 "사무실을 임대해 수익을 내겠다"고 나섰다. 결국 필요 면적보다도 훨씬 넓은 연면적 2만9472㎡의 서울 마포구 소재 건물을 본점용 매입했다. 현재 재단 본점 건물은 연면적의 30%가량(본점 27.6%ㆍ마포지점 3.4%)만 재단이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69%는 임대해 준 상태다. 재단은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도 하지 않는 등 정해진 절차를 위반했다. 매입 직전 A감정원에서 서류 검토로 가격을 선정한 결과(945억원)만을 근거로 940억원을 매입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


재단은 또 매도자에게 파격적인 특혜를 줬다. 계약금으로 매매대금의 50%를 한꺼번에 지급하고 1개월 이내에 잔금을 마저 지급했다. 일반적으론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사정을 봐가며 중도금, 잔금 등을 지급한다. 재단은 특히 매도자가 사용하고 있던 건물 일부(총 면적의 53%)를 계약 이후 최장 3개월까지 무상 사용토록 해줬다.


이로 인해 재단은 매도자에게 3개월간의 임대료 및 관리비로 12억원 상당의 이득을 줬다. 또 단기간 내에 대규모 매매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은행에서 830억원을 대출받는 바람에 대출이자 4억원을 부담하는 등 총 16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재단은 이 과정에서 서울시장의 승인도 없이 계약금 470억원을 매도자에게 지급하기까지 했다.


이밖에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구상채권상각충당금을 과소 계상하는 수법으로 117억9600만원의 경영실적을 부풀렸고,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용역업체를 선정하면서 관련 법상 입찰 참여가 불가능한 대기업에게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한 후 용역을 줘 4년간 27억원을 지급한 일도 있었다.


본점 건물 공사 계약 사무를 위임하면서 지방계약법상 위탁이 불가능한 관리업체에 공사를 맡긴 후 근거도 없이 용역비에 직원식사보조비 100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했다. 2009년 3월 중소기업 지원 시책 홍보물 제작 배포ㆍ2010년 12월 서울형 사회적기업 홍보총람 제작 용역 등을 발주하면서 용역 금액이 3000만원을 넘어 수의계약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협조 요청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한 사실도 적발됐다. 2009년 11월 본점 옥상에 사인물을 설치하면서는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공사를 3000만원 이하로 쪼개 분리발주한 사실도 있었다.


소속 직원을 자체 교육 강사로 쓸 경우 강사료를 지급할 수 없음에도 직원 3명에게 15건 84만5000원의 강사료를 부당지급했고, 보증심사 등 보증 관련 업무 소홀, 구상채권 회수 업무 소홀, 보증료 환급 업무 소홀, 홈페이지 개인정보보호 불법 수집 및 보안 관리 소홀 등도 지적됐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무주택이라며 주택구입자금 대여를 신청한 직원들에게 아무런 검증없이 1억원을 빌려 준 일도 드러났다. 중소기업육성기금 시설자금을 지원해 준 기업들에 대해선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폐업 등 기한전 회수요인이 발생했을 경우엔 회수통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특정 법률법인에 재단 관련 소송 위임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경징계 10명, 주의 24명 등 34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 또 주무부서로 하여금 경영실태 및 기관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과 책임 경영 체제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시정 15건, 주의 28건, 통보 5건 등 행정상 조치 48건을 내렸고, 7건 32억100만원을 환수하기도 했다. 인사위원회 구성 및 기능강화 등 불합리한 재단 규정을 정비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서울시가 지난 2003년 3월 담보력이 부족한 서울시 소재 소기업ㆍ소상공인들의 채무를 보증, 자금 융통을 원활히 해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서민 복지 증진에 기여하겠다며 설립했다. 신용보증, 구상채권 관리, 기본 재산 관리, 시 위탁 사업 등이 주요 업무이며, 정원 199명에 202명의 계약직을 포함해 401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서울시가 2525억원, 정부가 1079억원, 금융기관 등이 2128억원 등 총 5732억원을 출연했다. 지난 2012년 예산은 1831억원에 달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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