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수년간 하이닉스 임직원들은 경쟁사들이 미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경제위기가 이어지며 D램 가격이 속절없이 하락할 때는 강에 몸을 던지고 싶은 심정을 참아내며 출근길에 나섰다.
SK 인수 뒤 하이닉스는 새 꿈을 꾸기 시작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지난해 6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핵심 부품인 컨트롤러를 만드는 미국의 LAMD사를 인수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미뤄온 미래에 대한 대비가 시급했다.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는 계절적 비수기를 딛고 시장 추정치인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31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흑자였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477% 늘었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수익성이 개선됐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은 깜짝 실적 때문만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SSD의 컨트롤러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오는 6월 새 컨트롤러를 내장한 SSD가 출시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부터 컨트롤러까지 SSD의 모든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해 내 놓는 회사는 삼성전자, 도시바에 이어 SK하이닉스가 3번째를 차지하게 됐다.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도 항상 미래를 내다보고 있던 박 사장의 투지가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