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요 예능프로그램에서 일주일내내 홍보 눈살
[아시아경제 최준용 기자]방송인 이경규가 영화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으로 영화 제작자로 나선 가운데 민영 지상파 방송사인 SBS가 지나친 밀어주기 식 홍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경규는 최근 일주일 사이 자신이 MC로 있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를 시작으로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 '일요일이 좋다2부-런닝맨' 등 인기예능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연연기자인 김인권, 류현경, 유연석과 함께 영화 홍보에 나섰다.
이경규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은 마치 순회공연을 하듯, 요일만 바꿔서 SBS 대표 예능프로그램에 이미지를 소비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식상함을 느끼게까지 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힐링캠프'에서는 '전국노래자랑'의 주연배우 김인권이 게스트로 출연, 누가 봐도 직접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배우 개인적인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는가 싶더니 결국 영화에 대한 홍보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다음 날인 23일에는 이경규, 김인권, 류현경, 유연석 등 제작자 및 주연배우들이 총 동원돼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연이틀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전국노래자랑'팀의 예능나들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경규는 얼마 전 폐지된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동시간대 라이벌 프로그램인 SBS '런닝맨'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초강수까지 띄웠다. 물론 프로그램 종영 이후지만, 그간 몸담았던 친정을 뒤로하고, 경쟁작으로 향한 행보는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이날 역시 이경규 외에도 류현경과 김인권이 동원됐다. 이경규는 본격적인 미션 수행에 앞서 "정말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서 나왔다. 그런데 팀을 나눠야 하는데 현재 8명이라며 최소 10명은 돼야 하는 거 아니겠나"라며 주연 배우 출연을 암시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약속된 듯 류현경과 김인권이 등장했고, '런닝맨'들은 '전국노래자랑' 주제가로 이들을 맞이하며 영화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국노래자랑'의 홍보는 프로그램의 끝을 향할수록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출연진들은 본격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 대결을 펼치며 영화 홍보에 방점을 찍었다.
그간 많은 배우들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홍보의 장으로 활용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 영화홍보를 위해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전국노래자랑'처럼 제작자가 배우들보다 한 발 앞서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는 없었다.
또한 '전국노래자랑'팀이 TV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에 대해 방송가에 막대한 힘을 갖고 있는 이경규의 입김 때문 아니겠느냐는 게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다. 이에 따라 다른 영화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좋은 영화는 보지 말래도 볼 텐데' '영화에 대해 그렇게 자신이 없나?'라는 등 적지 않은 네티즌들의 반응은 '전국노래자랑'의 홍보 전략이 오히려 '독'(毒)으로 작용되고 있단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렇듯 민영 지상파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이 일개 영화의 홍보프로그램으로 지속적으로 전락한다면 향후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홍보'가 아닌 '시청자'를 중심으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필요할 때다.
최준용 기자 c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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