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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우량中企에만 "돈 써라" 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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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소기업대출 늘리라고 했더니…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한숨만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기술혁신형 우량중소기업인 A기업은 최근 B은행으로부터 "좋은 조건에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C은행으로부터 이미 지난 2011년 38억원을 연리 4.68%의 조건에 대출받고 있는 A기업은 별도의 자금수요가 없었지만 금리를 3.46% 낮춰준다는 말에 결국 거래처를 바꿨다.


#생활가전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인 B업체는 올해 들어 운전자금 대출을 받기위해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담당자로부터 "대출이 어렵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회사가 2011년에 새로 개발한 신제품은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에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지만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해 이 회사의 사장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재무건성이 좋은 일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세일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정부는 각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체크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여전히 있다.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유동성이 풍부한 일부 우량 중소기업엔 각 은행들이 저마다 대출을 해주겠다며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난주에만 은행 관계자를 세 명이나 만났다"며 "은행 지점장들이 '돈을 낮은 금리로 빌려줄테니 좀 갖다 써달라'고 했지만 별달리 쓸 데가 없어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실제 올 1분기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은 12조원 늘어나 지난해 동기의 대출증가액 9조2000억원에 비해 3조원(33%) 가량 순증했다.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은 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00억원 줄어든 반면 중소법인 대출 증가분은 6조3000억원에서 9조40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가 시중은행에 대해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하지만 이같은 대출은 신용등급이 좋거나 담보가 있는 우량 중소기업에만 편중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보증 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 2조8000억원에 비해 6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소기업들의 보증서 발급 신청이 늘어나면서 신규보증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운 업체라고 해서 보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높이면서 이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량중소기업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대출 담당자 입장에선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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