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정부가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책은 많았는데 현실과 거리가 먼 정책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시화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체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현 부총리는 "중소기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중소기업 예찬'을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시화단지 입주 중소기업들은 일단 반기면서도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해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실감케 했다.
송산특수엘리베이터 김운영 사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우리 회사에서 빌딩에 화재가 났을 때 사람을 구할 수 있는 특수 엘리베이터를 개발했다"며 "20년 된 회사인데 신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마케팅과 자금 부족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술담보로 돈을 빌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했는데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담보 대출보다는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중소기업들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선전공 권오흥 사장은 노후설비 문제점을 지적했다. 권 사장은 "노후 설비를 매각하기 위해 전문 업체에게 넘기는데 너무 싼값에 가져간다"며 "중소기업 노후설비들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적정가격에 일괄 매입해 동남아 등에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대모엔지니어링 이원해 사장은 최근 엔저로 중소기업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하소연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엔저 시작은 이미 1년 전부터 예측된 것인데 정부의 대책은 너무 늦은 것 같다"며 "중소기업들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조기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가지 않으려는 현상도 뚜렷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신화학공업 정철수 사장은 "중견기업에 되면 각종 규제가 많아 중견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성장해 가는 회사를 분사하는 기업도 많다"며 "지나친 규제는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시화단지 업체들의 이런 목소리에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냉대와 젊은이들의 기피현상이 더해지면서 중소·중견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중소기업이 중요하고 중소기업이 회복해야 경기가 풀린다"며 "정책의 주안점을 중소기업에 많이 두면서 무역과 투자확대 등 수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번 추경에 중소·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1조3000억원을 포함시켰다"며 "엔저 현상에 따른 수출판로 개척과 지적한 각종 중견기업 규제 등은 대폭 손질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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