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 리듬체조 간판' 손연재(연세대)와 '유망주' 천송이(세종고)가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
손연재와 천송이는 2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29일까지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리는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 나란히 출전한다. 손연재는 이달 초 열린 리스본 월드컵에 이은 시즌 두 번째 월드컵 무대이며, 천송이는 시니어 데뷔전이다.
손연재는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결선 진출이자 5위권 입상. 이후 세계 리듬체조계의 지형도는 다소 바뀌었다.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러시아)는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2연패 달성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다리야 드미트리예바(러시아)는 부상으로 출전을 멈춘 상태다.
그 사이 새로운 별이 등장했다. 마르가르타 마문과 알렉산드라 메르쿨로바(이상 러시아)는 리스본 월드컵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카나예바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는 에스토니아 월드컵 우승, 리스본 월드컵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번 이탈리아 월드컵에는 마문과 메르쿨로바가 출전하지 않는다. 대신 다리아 스바츠코브스카야와 마리아 티토바가 각각 러시아 대표로 출전한다. 선수층이 두터운 러시아 리듬체조계를 고려할 때 이들 역시 세계 정상급 선수들. 리자트디노바, 알리나 막시멘코(우크라이나) 등도 상위권 진입을 노린다.
손연재는 리스본 월드컵에서 볼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개인종합에선 9위에 그쳤다. 아시아 선수로선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해도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곤봉 종목에서 수구를 떨어뜨린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대회 직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
사실 손연재의 진짜 목표는 8월에 있을 세계선수권대회와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성적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프로그램 숙련도를 높일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그동안 지적받은 약점을 보완할 기회다. 먼저 취약종목으로 꼽힌 곤봉부터 프로그램을 일부 수정했다. 기존 연기는 같은 스텝에도 고난도 동작이 많았다. 아시아인으로서 불리한 체격 조건을 극복하기 위함이었지만, 그만큼 실수가 자주 나왔다. 이번엔 난도를 다소 낮추는 대신, 장점인 표현력과 예술성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좋은 성적 못지않게 기복을 줄이고 자신감을 높이려는 노림수다.
주종목인 리본도 프로그램을 바꿨다. 9회전 포에테 피봇(한쪽 다리 들고 회전) 뒤 리본을 던지며 점프하는 부분에서 리본을 던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전체 난도 점수는 더 높아지는 쪽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했다.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만한 이유다. 곤봉에서의 실수를 줄이고 나머지 종목에서도 기존 실력을 발휘한다면 입상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샛별' 천송이는 신수지(은퇴)·손연재 이후 이렇다 할 선수가 없던 한국 리듬체조계에 단비 같은 존재다. 170㎝, 46㎏의 서구적 체형은 손연재와는 또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고, 주니어 국내 대회를 석권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다만 처음 치르는 성인 무대이기에 호성적보다는 경험을 쌓는데 의미를 둘 대회다. 천송이는 대회 직후 불가리아로 이동해 5월 4일부터 열리는 불가리아 소피아 월드컵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대회는 MBC를 통해 국내에도 생중계된다. 27일 새벽 0시 40분 후프와 볼, 28일 새벽 2시 25분 곤봉과 리본, 28일 오후 11시 15분 각 종목별 결승전이 중계된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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