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손바닥/밤새 이불 속에서 온기 찾은 이 손금/주인 아니면 누가 알아볼까/누가 한 손에 쥐락펴락할까
창을 어루만지는 아침 햇살에 실눈 뜨는/손금 속 얽히고설킨 길을/주인 아니면 누가 살뜰히 보아줄까
안개 속이었다가 어두운 불빛 속이었다가/허나 진창보다 풀밭이 많았으니/아주 못살았다 할 수는 없다
앞산 나무들처럼 팔 쳐들고 기지개 켜다/불끈 주먹을 쥐었다 편다/손바닥에 박힌 이 화석같은 길/무엇을 지우고 말고 할 것인가
감태준의 '주인'
■ 시를 좀 써야겠다고, 시작(詩作)여행이나 다녀와야겠다고 보채는 나여. 감태준은 제 손바닥 들여다보며 부처님이 뭇인생들 들여다보듯 시를 쓰지 않는가. 멀리 가야 시가 있는가. 손바닥 속에 길이 있고 산과 물이 회오리치고 선택이 있고 기로가 있고 기쁨과 슬픔이 교직하여 웅장한 오페라 한편과 교향악 전곡이 펼쳐져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 운명이라는 것을 떨치려 오두방정을 떠는 인생이여. 네 손바닥을 털어봐라, 손금이 털리던가. 차라리 청마 유치환처럼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라고 고개 끄덕이는 것은 어떠냐. 아침 햇살 앞에서 손바닥 한번 들여다보고 기지개 켜다 불끈 주먹 한번 쥐었다 펴는 일. 운명의 자잘한 눈금들과 더불어, 또 하루 살아가는 일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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