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제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는 거죠?"
선수 생활을 통틀어 처음 받아보는 한국 팬들의 야유. 차두리(FC서울)에겐 어색함 그 자체였다. 여기에 마침내 밟은 K리그 클래식 무대에 대한 감격까지 더해져 그에겐 잊지 못할 데뷔전이 됐다.
서울은 14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수원 블루윙즈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차두리는 오른쪽 수비수로 깜짝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달 말 서울 입단 후 첫 출전이자 K리그 클래식 데뷔전.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음에도 측면에서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며 팀에 공헌했다.
차두리는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특유의 환한 미소와 함께 "힘드네요"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랜만에 실전을 뛰다보니 힘도 들었고 긴장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 후배들과 한국에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큰 감격이었다"라며 "정말 즐거운 90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주중 일본 원정을 다녀온 다음날 아침에 감독님과 면담을 했다"라며 "몸상태도 괜찮고,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활력소가 되고픈 책임감에 출전을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슈퍼매치'에 대한 남다른 소회도 풀어냈다. 그는 "큰 경기는 항상 선수에게 즐거움을 준다"라며 "K리그 클래식에서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할 기회도 많지 않기에 더 즐거웠고, 또 그래서 이기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수원팬의 야유에 대해선 의아함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한 뒤 "아버님이 수원에서 감독직을 맡으셨지만 난 여기서 선수 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야유를 했는지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더불어 "유럽에서 안 받아 본 야유를 한국에서 받아보니 어색하기도 했다"라며 "하지만 그것도 축구를 관전하는 재미 중 하나이기에 즐겁고 신기했다"라고 덧붙였다.
차두리는 후반 42분 라돈치치의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며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그는 "있는 힘껏 뛰었는데 내 키가 안 닿더라"라며 "그게 축구 아니겠나"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반전에 퇴장당한 정대세에 대해선 농담도 건넸다. 정대세는 이날 전반 38분 서울 골키퍼 유상훈을 밀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차두리는 "경기 끝나고 (정)대세에게 '뭐하는 거냐'라고 물었다"라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안되더라"라고 웃어보였다.
이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세와 함께 경기장에 뛰어서 즐거웠다"라며 "특히 대세가 그렇게 퇴장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내겐 특별한 재미였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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