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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21㎞ '해무'…달리는 비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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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차세대 고속열차 HEMU-430X


시속 421㎞ '해무'…달리는 비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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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지난달 28일 새벽 3시2분. 울산역~고모(동대구 인근) 68.8㎞ 구간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현대로템 등 국내 50여개 기관이 함께 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HEMU-430X)가 최고 시속 421.4㎞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16일 해무를 출고해 시운전한 지 10개월 만이다. 이 속도는 프랑스(시속 574.8㎞), 중국(487.3㎞), 일본(443㎞)에 이어 세계 4번째다. 5번째인 독일의 기록은 시속 406.9㎞다.


우리나라가 독일을 제치고 고속철도 속도 세계 4위 국가로 도약하는 순간이다. 시속 421.4㎞라면 1초에 117m를 달리는 속도다. 달린다기보다 '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1초에 83m를 가는 최고시속 300㎞의 KTX보다 초당 34m나 빠르고 비행기 보잉 737-400 이륙속도(시속 310㎞) 초당 86m보다도 훨씬 빠르다.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선은 철도 선로가 비어있는 구간을 빌려야 한다. 선로가 비려면 새벽시간대를 택할 수밖에 없다. KTX가 다니는 동대구-부산역 사이 선로 위에서 열차 운행이 없는 수·토요일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까지만 시험운행을 할 수 있다. 또 운행 전 오후부터 준비하고 운행이 끝나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원들은 10개월 동안 55차례에 걸쳐 138회의 최고속도 증속시험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사(코레일)와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해 공동 합작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심한 곡선구간이나 터널구간을 피해야 한다. 산악지형이라는 국토의 특성으로 인해 외국처럼 최고속도를 시험하는 구간을 100㎞ 이상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선택한 곳이 울산역~고모 구간이다.

시속 421㎞ '해무'…달리는 비행기였다 해무 증속시험에 힘쓴 연구진들


이 같은 악조건에 연구진들은 또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최고속도 시험을 추운 계절에 진행했다. 더운 계절에는 철도선로가 늘어나 최고시속을 시험할 때 탈선 등의 어려움이 있다. 홍순만 철도기술연구원장은 "선로가 늘어나지 않는 겨울, KTX가 운행하지 않는 밤에만 고속열차 증속시험을 할 수 있다"며 "심야에 추위에 떨면서 시험운행을 위해 투입된 연구원들의 노력이 눈물겨웠다"고 말했다. 교량 등 중간 중간에서 선로의 이상유무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지켜본 홍 원장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진다.


직접 현장에서 전차선을 점검한 권삼영 박사는 겨울추위라면 손사래를 친다. 권 박사는 "점검을 위해 '모터카'라는 차로 선로 위를 이동하는데, 차에 바람막이가 없어서 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면서 "외부 온도는 영하 15도지만 시속 70㎞로 달리면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이하로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점검 시간도 매우 짧아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끝마쳐야 해 더 바쁘고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제는 "추운 겨울을 보낸 뒤라 새벽 점검도 힘들지 않다"고 너스레를 떠는 권 박사다.

시속 421㎞ '해무'…달리는 비행기였다 해무열차 계측실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는 연구원들


선로가 나눠지는 곳인 분기기를 외부에서 직접 조작해야 했던 김상수 박사도 그랬다. 열차가 다니는 동안 선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시운전이 끝나면 다시 분기기를 조작해야 해서다. 지금 웃으며 말하지만 그때는 너무 추워 밖에서 떨었다는 김 박사다. 그는 "KTX보다 더 빨리 달리는 열차를 선로가 버텨야 하기에 분기기를 자물쇠로 단단히 채웠다가 시험 후에 자물쇠를 풀며 장치 전체의 이상 유무를 점검했다"며 "너무 추웠지만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폭설로 고생한 사례도 있다. 증속시험 중 차량 내부 말고도 분야별로 외부시설물에서 각종 데이터를 측정해야 한다. 이기원 박사는 경산시 가야고가라는 철도교에서 전차선의 압상량(상하 이동)을 측정하기 위해 동대구역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폭설로 차가 언덕길을 올라가지 못했다. '제 때 도착해서 데이터를 측정해야 하는데'라며 속이 탔다는 이기원 박사. 그는 "같이 간 연구원들과 1㎞가량 차를 밀며 이동한 덕에 무사히 시간 내 임무를 완수했다"고 털어놨다.


새벽 증속시험을 마치고 일요일 곧장 교회에서 해무열차 시험 결과를 하느님께 가장 먼저 보고했다는 강윤석 박사, 주말부부였는데 주말마다 증속시험을 하느라 사랑하는 아내를 보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오혁근 박사 등 저마다의 사연이 다양하다. 코레일 파견 기관사였던 장남식 기장은 생일도 잊고 주말마다 시운전했다고 한다.

시속 421㎞ '해무'…달리는 비행기였다 해무를 운전했던 장남식 철도공사 기장의 뒷모습


어려움 끝에 세계 4번째 기록을 세운 연구원은 척박한 환경에서 이룬 기록이라 더 의미 있다고 보고 있다. 해무사업을 총괄하는 김기환 고속철도연구본부장은 "외국의 경우 최고속도 시험은 주로 개활지 내리막에서 진행되고, 프랑스 최고속도 기록도 터널이 없는 개활지 내리막 직선구간에서 달성된 기록"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터널이 많고 오르막, 내리막, 짧은 직선구간 등 악조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는 아직 남은 목표가 있다. 시속 430㎞ 돌파다. 홍순만 원장은 "호남선에 고속철도 최고속도 시험을 위한 전용선로(공주-정읍, 88㎞)가 완공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증속시험을 시도할 계획"이라며 "3년내 시속 500㎞ 기술을 선보이고 5년내 시속 600㎞의 핵심기술을 개발·도입하면 우리나라 전체가 1시간대 통근권으로 바뀌어 지역균형발전을 앞당기고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무는 동력분산식 차량의 영어 약자(HEMU-430XㆍHigh-speed Electric Multiple Unit 430㎞/h eXperiment)이며 바다의 안개 해무(海霧)처럼 미래를 기다리는 상서로운 의미와 빠르게 달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박미주 기자 beyon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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