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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노동시장 유연화, 아픔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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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 시절을 그린 영화들

대처는 많은 것을 남겼다. 미국의 레이건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남겼고, 보수당 장기 치세의 영광을 남겼고, 영국병의 치유 혹은 더욱 깊은 영국병을 남겼다. 그리고 몇 편의 영화를 남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시대가 낳은, 그의 시대를 증언하는 영화들이다.


대처 시절 영국의 축구 경기장에서 가장 격렬했던 곳은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이었다. '훌리건(hooligan)'이라고 불린 이들이 관중석, 나아가 경기장 전체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는 걸 넘어서 상대팀 응원단을 위협했다. 급기야 자국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팀인 리버풀이 결승전에 진출한 경기에서 폭력사태를 일으켜 수십명이 죽는 참사까지 빚어졌다.

악명높은 훌리건들은 총리 대처에게 가장 골치아픈 사회문제 중 하나였을 테지만 실은 이 훌리건이야말로 대처 자신이 만들어낸 사회질환이었다. 대대적인 민영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대변되는 대처리즘은 영국의 젊은이들을 숨막히게 했고, 그들은 억압된 욕구와 불만을 축구장에서 분출했다. 이들의 광적인 응원은 이를테면 일그러진 비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대처 시절을 담은 영화들은 이들의 눈물과 비명을 담고 있다.


광부들의 대규모 파업에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밀어붙인 것이 대처리즘의 업적으로 흔히 얘기되고 있지만 이를 역으로 들여다보자면 노동자들의 희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실업자로 전락한 탄광 노동자들은 가족들을 위해 스트리퍼로 나서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고 웃음을 팔아야 했다(영화 '풀몬티'). 실직한 탄광 노동자의 아들 빌리는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지만(영화 '빌리 엘리어트') 이 소년의 가족과 이웃들의 풍경에는 탄식과 슬픔이 가득했다.

뛰어난 리얼리즘 작가인 켄 로치 감독이 남부 요크셔 지방의 철도 건설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내비게이터(The Navigators)'는 그 제목 자체가 험난한 영국 노동자들의 삶의 은유였다. '내비게이터(항해자)'란 원래 19세기에 영국의 수로와 철도 공사에 동원됐던 아일랜드 노동자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민영화 과정에서 철도 노동자들에게 닥친 현실은 험난한 파도를 헤쳐가는 항해와도 같았다.이 이야기는 실제 철도 노동자가 감독 켄 로치에게 보내온 편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작업현장에서 암에 걸린 이 노동자의 얘기가 영화로 옮겨진 뒤 이 편지의 발신자는 끝내 사망했다고 한다.


'풀 몬티'나 내비게이터가 대처리즘의 직접적인 영향을 다루고 있다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나 클레이 애니메이션인 '치킨 런'은 간접적인 은유를 담고 있다. '치킨 런'에 등장하는 치킨 파이 자동 제조기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의 뒤를 이은, '대처리즘'에 대한 예리한 풍자였다.


작년에 개봉된 자신의 전기적 영화 '철의 여인'에서 대처는 "난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며 살았다"고 얘기한다. 많은 영국인들, 그리고 대처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시절을 산 많은 사람들 역시 힘겨운 전쟁을 치렀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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