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페이스북이 4일 공개한 ‘페이스북 홈’은 애초 예상됐던 ‘페이스북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즉 ‘페이스북폰’은 아니었다. 다만 기존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을 페이스북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콘텐츠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즉 ‘페이스북 폰’처럼 탈바꿈해주는 소프트웨어다.
때문에 ‘페이스북 홈’은 애플의 iOS같은 폐쇄형 모바일 OS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애플은 아이폰 고유의 사용 인터페이스(UI)를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용자가 임의로 바꿀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페이스북 홈’은 개방형 OS인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구동한다. 안드로이드의 세계 스마트폰 OS시장 점유율도 높아 보급 면에서도 유리하다.
이에 가장 속타는 이는 바로 구글이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4일 페이스북 홈에 대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을 망쳐놓을 물건”이라고 평가했다. 재주(플랫폼)는 구글이 넘고 돈(광고수익)은 페이스북이 가져가게 된다는 것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방형 OS로 만든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구글 검색이나 G메일같은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바일 광고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폐쇄형 OS를 기반으로 두고 하드웨어·콘텐츠 판매로 수익을 내는 애플과 다른 점이다.
그런데 ‘페이스북 홈’은 이를 완전히 무력화시킨다. 페이스북 홈은 페이스북 앱을 통한 사용자 간 메시지 교환, 메일 계정 등으로 사용자의 스마트폰 환경을 바꿔놓는다. 구글의 서비스 대신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단 여기엔 검색이 빠져 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이 점차 검색에서 SNS같은 모바일 서비스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 따르면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전체 시간의 25%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앱)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페이스북 홈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모바일기기 사용 시간을 구글 서비스 대신 페이스북 서비스로 끌어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글의 수입원인 모바일 광고수익을 점점 갉아먹는 셈이 된다. IT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다르면 지난해 미국 주요 온라인 기업들의 모바일광고 매출은 총 41억1230만달러다. 구글은 이중 21억7140만달러를 차지하며 단연 1위이며, 페이스북이 3억9090만달러(9.5%)로 2위다.
올해 전체 모바일 매출은 72억896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페이스북의 점유율은 9억6490만달러(13.2%)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페이스북은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PC와 모바일 등 각종 스크린을 통한 배너광고)의 경우 약 30%를 차지하며 1위를 굳건히 지킬 전망이다.
페이스북의 성장은 구글에 있어 분명히 골칫거리다. 남 좋은 일만 하게 된 구글은 어떻게든 나름의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 중 하나는 페이스북에 맞서 내놓은 구글의 ‘구글플러스’ SNS다. 초기의 부정적인 전망을 어느 정도 딛고 차별화를 이루는 데는 성공했지만, 페이스북의 아성에 도전할 정도까지 성장하려면 한참 멀었다는 점이 문제다.
또 하나는 지능형 사용자지원 서비스 ‘구글 나우’다. 사용자의 일정정보나 주변환경 정보를 통합해 필요할 만한 정보를 알아서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강력한 장점, 즉 내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생생히 전달해 준다는 것을 넘어서려면 더 확실한 무기가 필요해 보인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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