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아침형 인간의 굴욕

기자를 딱 둘로 나눈다면, 아침형이 있고 저녁형이 있다. 개개인의 캐릭터를 문제 삼으려는 건 아니다. 근무하는 신문사에 따라 나뉘는 팔자이다. 조간 신문에 근무하면 저녁형이고, 석간이면 별 수 없이 아침형이 된다. 많은 신문들은 조간인데, 거기서 일하는 기자들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밤샘을 술 먹듯이 한다. 그리고는 벌건 대낮까지 이불 뒤집어쓰고 떡 진 머리 긁으며 뒹군다. 한눈에 보면 딱 백수스타일이거나 간첩스타일이다. 어떤 날은 술판 시리즈의 차수변경을 말리지 못하여 아침형 인간이 활동하는 시간까지 영토를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신문 같은 석간의 풍경은 그 반대이다. 햇살이 흥건하게 남아 있는 무렵부터 시작한 낮술이 저녁 9시까지 폭탄 싣고 달리면 강시와 좀비의 하이브리드가 된다. 이후 기억들의 필름은 술판심의위원회에서 자주 가위질을 하는지 실종되고 없다. 이렇게 '떡퇴청'해서도 이튿날 새벽 4시 반이면 딱 눈이 떠지니 이건, 영혼이 통째 알람시계가 아닌가. MB 초창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면서 아침형 인간들의 시대가 온 것처럼 난리를 피웠다. 대통령이 잠이 없어 새벽부터 일을 챙기는 습관이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다. 아침형 인간에 관한 책들도 물 만난 듯 출간됐다. 건설정권이 강조하던 부지런함의 미덕과 잘 맞아떨어진 아침형 인간은 그러나, 물러나는 MB와 함께 봇짐을 싸야 하는 형편이 됐다. 최근 뉴스에는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보다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많다는 얄궂은 통계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 법이 없고, 일정들이 주로 해가 중천에 뜬 뒤에야 펼쳐지기에, 국민들의 시간을 쓰는 유행이나 가치까지도 저녁형으로 바뀌는 모양이다. 올빼미 작업으로 일에 집중하는 이들은 이제야 복권(復權)이 되어, 능력 있는 존재로 대접을 받게 됐다. 얄궂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