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현황 점검 앞두고 일본서 그룹 수뇌부와 논의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늘릴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
4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만남을 앞두고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 장관이 이날 30대 그룹의 투자, 고용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나서면서 지금까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삼성그룹 역시 카드를 꺼내 보여야하는 상황이 됐다.
글로벌 시장 환경을 고려할 경우 투자를 줄여야 하지만 새정부 들어 첫 장관과의 만남에서 투자 축소를 발표할 수는 없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삼성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그룹 수뇌부를 일본으로 다시 부른 것도 투자 관련된 논의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춘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은 1일 당일치기로 일본을 방문, 이 회장에게 현안을 보고했다.
이 회장은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있다고 해서 투자까지 줄일 경우 국내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 계획한 47조8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었지만 50조원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큰 폭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단,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질 경우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국 예정보다 귀국 시간이 지연됐는데 이는 투자와 관련된 삼성측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세계적인 경기 위기가 지속되는 한편, 환율 문제로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윤 장관이 투자 및 고용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점검하겠다고 나선데다 1분기 실적도 예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종전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8조6900억원대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가 8조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4 출시와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 덕분이다. 경기침체, 환율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신장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투자를 진행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지난해 수준보다 조금 더 투자할 계획인 것은 맞다"면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질 경우 투자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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