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기적은 걷지 못하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거나 빵을 다른 걸로 바꾸는 게 기적이다. 축구에서 이기는 건 기적이 아니다. 최선을 다 하겠다."
해리 레드냅 감독의 호기로운 말과 달리,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의 2부 리그 강등이란 악몽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QPR은 2일(이하 한국시간)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12-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풀럼에 2-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QPR은 2연승 뒤 2연패로 19위(승점 23)에 머물렀다. 1부 리그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위건(승점 30)과의 차이도 좁히지 못했다.
이에 QPR의 1부 리그 잔류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QPR의 남은 경기는 7경기. 축구계에선 승점 1점차를 줄이는 데 한 경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정권에 있는 팀은 16위 선더랜드(승점 31)와 17위 위건 정도. 15위 뉴캐슬(승점 33) 이상은 따라잡기 어렵다. 더군다나 같은 강등권이라 해도 18위 아스톤 빌라(승점 30) 역시 위건에 골득실에서 뒤졌을 뿐, QPR을 크게 앞서있다.
그나마 위건은 한 경기를 덜 치렀다. 지난 일곱 시즌 가운데 여섯 번이나 강등 경쟁에서 살아남았던 위건의 '생존 본능'을 생각하면 상황은 더욱 불리하다. 실제로 위건은 2월 이후 8경기(FA컵 포함)에서 5승1무2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FA컵에서도 준결승에서 2부리그 팀 밀월을 만나 결승 진출이 유력하다.
줄곧 부진하던 아스톤 빌라도 최근 세 경기 2승 1패로 반등에 성공했다. 선더랜드는 8경기 3무5패란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지만, 여전히 QPR에 비해 벌어놓은 승점은 많다. 골득실에서도 선더랜드는 -10으로 위건(-20), 아스톤빌라(-26), QPR(-23)에 월등히 앞서 있다. 최근엔 감독 경질이란 칼까지 빼들었다. 통상적으로 감독 교체가 일시적 반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QPR로선 악재다.
결국 QPR은 최소한 세 경기에서 2승1무를 거두고, 남은 네 경기에서 위건이 8경기, 아스톤 빌라가 7경기에서 따낸 승점 이상을 거둬야만 잔류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일 레드냅 감독이 내다본 '잔류 마지노선'인 승점 37점을 위해선 적어도 4승2무1패는 해야 한다.
남은 일정도 QPR에겐 험난하기만 하다. 위건(홈)-에버튼(원정)-스토크 시티(홈)-레딩(원정)-아스날(홈)-뉴캐슬(홈)-리버풀(원정)을 차례로 만난다. 현재 7연패 중인 레딩 정도를 제외하면 어느 팀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에버튼·아스날·리버풀 등 유럽 대항전 출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강팀도 세 번이나 만난다.
반면 위건의 정규리그 잔여 경기는 QPR(원정)-맨체스터 시티(원정)-웨스트햄(원정)-토트넘(홈)-웨스트브롬(원정)-스완지 시티(홈)-아스날(원정)-아스톤 빌라(홈) 순으로 치러진다. 아스톤 빌라는 스토크 시티(원정)-풀럼(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원정)-선더랜드(홈)-노리치 시티(원정)-첼시(홈)-위건(원정)을 차례로 만난다.
둘 다 QPR 못잖은 어려운 대진이라곤 해도, 적어도 비슷한 페이스의 승점 쌓기는 가능한 수준이다. 이쯤 되면 QPR에겐 '빵을 다른 걸로 바꾸는' 기적이 필요한 셈이다.
8일 열리는 위건과의 홈경기는 QPR의 운명을 일찌감치 좌우할 경기다. 승리한다면 실낱같은 희망을 잡는다. 반면 패할 경우 17위와의 승점 차는 10점으로 벌어진다. 하루 전 선더랜드가 첼시에 패하더라도 8점 차다. 현실적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 사실상 강등 확정이 된다. 이제 QPR은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벼랑으로 내몰렸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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