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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판단을 형벌로…선진국선 드문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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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배임죄 적용 완화 법개정' 학계 의견 들어보니

信義 위반은 윤리적 문제, 손해배상 묻는 민사소송으로 풀어야
높은 무죄율이 뒷받침…기본권 침해·반기업 부작용 우려도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이익의 귀속자인 김승연 회장과 (그의)업무를 처리한 하수인인 홍동옥 전 재무팀장에게 1심이 각 징역 4년의 같은 형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 피해액이 무려 3000여억원에 이르고, 피해가 현실화됐다는 점을 원심은 간과했다."(검찰)

"혹여 한유통·웰롭 등이 김 회장의 개인 차명회사더라도, 지난 IMF 당시 지급 보증을 한 것은 그룹 전체의 연쇄부도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그룹 경영판단으로 정당한 선택이었다"(김승연 회장 변호인)


지난해 10월 22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벌인 공방이다.

검찰은 차명계좌와 차명소유회사 등을 통해 계열사와 소액주주, 채권자 등에게 4800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가법상 횡령ㆍ배임)로 김 회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강조했고, 변호인은 경영판단으로 정당한 선택이자 책임경영의 일환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과 김 회장 변호인측은 항소심에서도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변호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양측의 공방이 진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계도 1심 선고결과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김 회장에게 적용된 배임죄는 지난 50여년간 사기죄나 횡령죄 등을 통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자를 벌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경제사범에 대한 배임죄 적용은 경우에 따라 회사채권자·소액주주 보호·금융결제 합리화·회사지배구조 민주화 등의 순기능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에 대한 피해를 민사상이 아닌 형사상의 배임죄로 단죄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배임죄 적용 방식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사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사안을 국가가 나서 형사범으로 처벌하는 것을 두고 '사법권 남용'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자에 대한 배임죄 적용에 대한 문제의식은 형법학자와 상법학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고 배임죄에 대한 학계의 전반적 인식을 전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배임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법안을 제출한 것은 김 회장 구속 이후 커지고 있는 학계의 논란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논란에는 배임죄의 본질이 배신, 즉 신의를 위반한 것인데 이는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윤리적 문제일 뿐, 형사 사건화하는 것은 자의적이고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영자에 대해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경제의 위축과 기업가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배임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높은 무죄율'이다. 실제 대법원에 따르면 2009년 손해액 5억원 이상인 경우 적용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법)상 배임 사건은 선고자 379명 중 59명이 무죄 판결을 받아 1심 무죄율이 15.6%에 달했다. 손해액이 5억원 미만인 형법상 배임사건도 1심 선고자 1492명 중 124명이 무죄선고를 받아 8.3%의 무죄율을 기록했다.


같은 해 전체 형사사건의 평균 무죄율이 2.2%인 점과 비교할 때 특경법상 배임사건과 형법상 배임 사건 무죄율은 각각 7.1배, 3.8배 높았다. 기업인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배임 사건이 얼마나 자주, 확실한 증거 없이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 적용의 또 다른 한계는 법 적용 범위의 과도함이다. 마음먹고 걸면 걸리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의 범죄 적용 방식이라는 의미다. 현행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형성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배임죄 적용 방식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처벌 대상을 더욱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형성 교수는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 행위가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에 따른 것인 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며 "기본권에 의해 보장된 기업의 순수한 경영활동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발생으로 인해 (경영자가) 형사적 처벌 대상이 된다면 이는 수용하기 어려운 위헌적 결과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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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최근 SK·한화그룹 총수들에 대한 배임죄 적용이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배임죄 관련법의 적용이 최근 경제민주화 논의에 편승, 자칫 '기업 때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다. 아울러 배임죄 적용을 통한 총수들의 경영활동 제한이 기업의 경영활동과 투자 위축의 부작용 등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함께 제기됐다.


박민영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다른 기업들이 실패가 두려워 망설일 때 경영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을 시도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것을 두고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다 손실을 끼친 것으로 치부해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나라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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