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가계부채 탕감운동 본부, 남성연대, 알바연대… 각종 협ㆍ단체나 연대ㆍ본부 등의 리스트를 보면 '별별 곳이 다 있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비슷한 성격의 협ㆍ단체나 연합회ㆍ조합도 넘친다. 산업분야 중 건설업과 관련된 단체만 하더라도 대한건설협회 한국건설경영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해외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한국건설감리협회 등으로 다양하다.
소비자와 관련된 시민단체 역시 소비자시민모임 금융소비자협회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원 등 비슷비슷한 단체가 수두룩하다.
오죽했으면 '한국인은 둘 이상만 모이면 협회를 만든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오랜만에 봄날을 맞은 중소ㆍ중견기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장 1962년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중소기업중앙회에 소속된 협동조합만 총 936개에 이른다. 세부적으로는 연합회와 전국조합이 242개며 지방ㆍ사업조합이 694개로, 인터넷문화컨텐츠서비스협동조합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석회석가공업협동조합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 후 중소ㆍ중견기업 관련 단체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잡음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다음달 8일 출범할 소상공인연합회가 그런 경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소상공인연합회 공동 대표로 선임될 예정인 김경배 전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연합회 경비와 정부 보조금을 횡령했다며 압박하는 중이다.
반면 김 전 회장은 소상공인 업무를 담당해오던 중소기업중앙회가 힘이 나뉘는 것을 우려해 음해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회장의 자격을 놓고 잡음이 일면서 당초 이달 21일로 예정했던 총회도 미뤄졌다.
사실 이 같은 다툼의 배경에는 정부지원금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숨어 있다. 수퍼연합회 등 기존의 소상공인 단체가 통합해 출범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소기업소상공인지원특별법에 따라 정부 지원금 1조1400억원으로 위탁 사업을 할 수 있다.
중견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최근 영세 회원사 강제 퇴출 문제를 놓고 비슷한 갈등을 빚고 있다.
회비를 내는 기업들에 얹혀간 '무임승차' 회원사를 걸러내 질적 성장하겠다는 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내세우는 이유지만 한편에선 강호갑 신임 회장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다는 비난도 만만찮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에 앞서 올 초 회장 추대 절차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일각에서 추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이 역시 박근혜 정부들어 중견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로 관련 단체가 주목받으면서 생긴 어두운 이면인 셈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다. 수많은 중소ㆍ중견기업 관련 단체들이 주목받는 지금, 제 잇속 차리기에만 급급하다면 그 끝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손톱 밑 가시'를 뽑아 중소ㆍ중견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키우겠다는 본래 단체 설립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되레 관련 단체가 손톱 밑 가시가 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말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