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차체 최초로 16개교, 278개 노후 화장실 개선에 107억원 전폭 지원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구청장님! 아이들이 화장실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해요. 수업중 집으로 뛰어 오기도 하고 너무 안쓰럽습니다”
주민 현장을 누비던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의 호소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아무도 개선하려는 의지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화장실을 한 번 뚝심 있게 고쳐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교육청도 시청도 교과부도 못하던 지역내 초·중·고등학교의 10년 이상된 화장실 개선에 팔을 걷어 붙인 것이다.
성동구(구청장 고재득)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자체예산 107억원을 투자해 연차별로 노후된 학교 화장실을 전면 현대화한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16개교 총 278개 화장실 개선에 교육경비 중 40% 이상이 지원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우선 12억3800만원을 지원, 5개 교 40개 화장실부터 고쳐나가기로 했다.
구청에서 학교 현장을 조사한 결과 가정 화장실과는 달리 학교 화장실은 동양식 변기(화변기)가 절반 이상이고 문짝은 석면재질에다 덜렁거리거나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다. 또 전반적으로 어둡고 칙칙하며 온수도 안 나와 손 씻기가 불편하는 등 불결한 화장실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무상급식, 누리과정 확대 지원 등 교육복지 사업의 확대로 화장실 개선 예산이 ‘0원’이고, 학교들 또한 부족한 예산 때문에 화장실 개선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이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어 서양식 화장실에 익숙해진 초등학생 저학년의 경우 학교에서 난생 처음 보는 동양식 변기 사용법을 몰라 변기 밖에서 볼일을 보거나 옷에다 실례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어둡고 노후된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마냥 참고 있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고학년 학생들도 화장실이 어둡고 냄새가 나서 이용을 잘 하지 않고 있으며 그 틈을 타 일부 불량학생들의 주 무대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덜렁거리는 문틈으로 용변을 보는 학우가 보이기도 해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일부 있다고 하는 등 화장실이 외면당하기는 저학년생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 생리적인 현상을 편안히 해결 못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조속히 해결해야 할 당면 문제임을 인식한 성동구가 5년간 107억원 교육경비를 들여 학교의 부실 화장실 시설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현대화에 나서게 된 것이다.
지원기준은 최종보수 10년 이상 화장실 중 동양식 변기가 설치된 학교를 우선 선정한다. 이후 시설전문가 또는 건축전문가 등과 현장을 확인,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학교 운영위원회, 교육청 의견을 들어 전면 또는 부분보수를 할 예정이다.
시설 개선은 동양식 변기를 서양식 변기로 교체하고 세면대에 온수시설 설치, 석면 칸막이 교체 등이며 이를 통해 노후된 학교 화장실을 최신의 시설로 쾌적하고 편리하도록 개선하게 된다.
고재득 구청장은 “학교 교육활동 지원은 수업환경 개선이나 학력신장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먹는 것, 용변 보는 것이 해결된 상태에서 다른 교육 환경이 필요한 것”이라며 “21세기 OECD에 가입한 준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아이들이 화장실 때문에 고충을 겪고 수업 도중 집으로 뛰어 오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업에 우선해 학교 화장실 개선을 추진함으로써 학생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