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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혼란만 부추긴 지경부의 삼성·LG 특허전 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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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로 LG가 싸움을 걸자 삼성이 LCD 기술로 반격하고 나섰다. 뒤에서는 중국이 쫓아오고 주춤하던 일본은 다시 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계 1, 2위 업체가 특허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보다 못한 정부가 나섰다. 양측 사장들을 불러 소모적인 특허전을 벌이지 말고 서로 잘 상의해서 합의하라고 중재를 했다.

두 회사가 서로 화해를 위해 만나기 시작하자 양사 모두 이대로 합의해선 서로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언론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특허소송을 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되는데 정부가 무서워 소송 대신 언론플레이를 택한 것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는 옛말이 꼭 들어맞는다. 이대로라면 원만한 협상은 진행되기 어렵다. 서로 자기의 권리만 주장하는데 이를 가운데에서 정리해 줄 수 있는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시시비비를 따져야 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겉으로는 협상을 하는 척 하고 속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심사라 아무런 진전도 볼 수 없는 형국이다.


특허 전쟁을 시작한 삼성과 LG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은 "좋게 화해해라"고 나선 지식경제부의 탓이 크다.


당초 지경부의 취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자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지경부가 특허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허 출원을 관리 감독하고 특허권을 보장해주는 특허청의 상위기관인 지경부가 특허 전쟁을 멈추고 합의하라고 종용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특허권 주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 특허의 일부 또는 전부에 걸친 권리 소멸이다. 비슷한 특허를 두 회사가 가졌을 때 상대방의 특허 권리를 소멸시켜야 자신의 특허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통상 이 같은 특허는 협상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가진 특허 권리가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특허 사용료를 요구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라면 조용히 특허 사용료를 주고 마무리 지을 수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결국 누구의 특허가 우선인지를 가리기 위해 법정 싸움에 돌입한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절차인 셈이다.


하지만 지경부는 이 같은 시장논리보다는 '보기에 안 좋으니 일단 싸움부터 말려 놓고 보자'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충 덮고 넘어가려는 통에 전자업계는 지금 대 혼란기를 맞고 있다. 이미 걸어놓은 특허 소송을 취하하는 행위는 자신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하겠다는 말과도 같다.


삼성측에서 LCD 특허와 관련된 소송을 취하 할 테니 LG에게 OLED 관련 특허를 함께 취하하자고 제안하자 LG측은 삼성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바꿔 말하면 OLED 특허 소송에서 질것 같으니 먼저 소송 취하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삼성은 펄쩍 뛴다. 지경부에서 원만한 합의를 원한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제안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경부가 특허 소송에 개입하면서 혼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시장논리를 고려해야 한다. 지경부가 계속 두 회사의 특허 전쟁에 개입하며 억지 화해를 종용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진다.


대충 합의해서 서로의 특허를 인정했는데 해외 기업이 이를 공격해 와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진 특허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 덕에 싸움은 멈췄지만 정부 탓에 그들의 경쟁력도 멈춰 섰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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