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26~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외교력을 시험받는 첫 무대가 될 듯하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지난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권력을 이양받은 시 주석이 처음 참여하는 국제 회의이기 때문이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반(反)중국 바람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어떤 인상을 남길지도 관심거리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브릭스가 균형 잡힌 세계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결속과 협력, 상호이익을 위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은 세계 경제의 깊은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대표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더 많은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평화와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평화적인 발전의 길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의의 주제는 '브릭스와 아프리카: 발전, 통합 그리고 산업화를 위한 파트너십'이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올해로 5회를 맞이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2011년 브릭스에 가입한 남아공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다.
브릭스 5개국의 전체 인구는 30억에 육박한다. 전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4조달러(약 1경5610조원)다. 세계 인구의 42%, 세계 GDP의 21%를 차지하는 셈이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에 대해 시 주석은 "공동 관심사를 공유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말 현재 아프리카에 투자한 중국 기업은 2000개가 넘는다.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 투자 규모는 29억1000만달러다.
그러나 최근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자원외교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라미도 사누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중국이 아프리카를 지원해주는 대신 자원을 빼앗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공산품을 아프리카에 팔아 아프리카의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신제국주의 국가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개발은행 창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될지도 관심거리다. 브릭스 국가들은 인프라 건설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브릭스 개발은행 창설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로써 일자리를 늘리고 브릭스의 도시화를 앞당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언제 출범시킬지, 대출 자격을 어떻게 정할지 등등 구체적인 사항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브릭스 개발은행이 실제 출범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언론들은 브릭스 회원국에서 100억달러씩 출자해 브릭스 개발은행의 초기 자본금이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브릭스 경제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 100억달러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작은 남아공의 경우 100억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브릭스 정상들은 지난해 회의에서 공동 개발은행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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