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태, 대형주로 넘어라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시달리던 국내 증시에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키프로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등 유럽발 안개가 다시 자욱해지면서 그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해외증시가 약세 전환할 경우 국내증시가 디커플링 기조를 던지고 하락 흐름에 휩쓸리지 않을까 하는 투자자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20일 "주가는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던 선진시장이 주춤하면서 발생하는 글로벌 증시의 조정은 국내증시 대형주 매수에 목말라하던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키프로스 등 유럽 재무 리스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고 글로벌 유동성은 여전히 위험자산에 유리한 상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키프로스 '단기악재'..유리한 환율환경 조성 기대= 전문가들은 간밤 키프로스 의회가 예금 과세 등을 담은 구제금융 협상안 비준을 거부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지원 및 향후 재협상을 통해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키프로스는 유로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여타 지역으로의 위기 전염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ECB의 자산매입·장기차관 제공 등 정책개입이 뒷받침되면서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시의 상승 추세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유럽 리스크는 오히려 환율 환경을 증시에 유리한 국면으로 만들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중섭 대신증권 시장전략팀 선임연구원은 "유로존 재정위험의 상존에 대한 경각심은 엔화의 약세 흐름을 멈추게 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11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순매수를 다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 시점은 유럽 위기 등이 차츰 진정되고 난 이후로 예상됐다. 김응주 트러스톤자산운용 투자전략팀 부장은 "올해 상반기 내내 뱅가드 펀드물량으로 수급이 좋지 않았고 국내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급격한 분위기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달께 엔화약세 완화나 정부정책으로 탄력을 받게 되면 벨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선은 다시 대형주로= 전문가들은 엔화의 약세가 멈추면서 원·달러 환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최근 주가의 조정폭이 컸던 전기전자·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키프로스 이슈는 단기간에 그치고 결국은 펀더멘털 이슈로 회귀할 것"이라며 "외국인의 매도세 잦아들면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주목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첫 번째 매수 고려대상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SK하이닉스나 LG디스플레이 등 실적개선을 등에 업은 여타 IT주들 역시 주목 대상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의 대표적 피해주로 꼽혔던 자동차주들에 대해서도 재차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평가됐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추가적인 가격조정은 오히려 매수기회"라며 "환율 피해주로 거론됐던 자동차에 대한 시각 전환도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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