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연패가 무산됐다.
일본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대회 준결승에서 1-3으로 졌다. 1, 2회 대회에 이어 또 한 번 겨냥한 정상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반면 푸에르토리코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사상 첫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상대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네덜란드의 준결승 승자. 윤곽은 19일 같은 장소에서 드러난다. 우승컵을 놓고 벌이는 결승은 20일 AT&T파크에서 펼쳐진다.
일본의 색깔이 변색된 일전이었다. 특유 ‘정교함’을 발휘하지 못했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가 출발부터 연속 볼넷을 내주더니 마이크 아빌레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마에다가 이전까지 10이닝을 책임지며 허용한 볼넷은 1개. 하지만 중요한 일전에서 날카롭던 제구는 한순간 무뎌졌다. 2, 3회도 다르지 않았다. 각각 선두타자를 출루시키며 일본 더그아웃을 긴장시켰다. 잇단 병살타 유도로 추가 실점은 없었다.
겐타와 달리 푸에르토리코 선발투수 마리오 산티아고는 순조로운 첫 발을 뗐다. 지난 시즌 SK에서 활동해 한국 야구팬에게 잘 알려진 산티아고는 4회 1사까지 일본 타선에 한 개의 안타와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순항은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산티아고가 5회 사카모토 하야토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몸 상태에 이상을 호소했다. 에드윈 로드리게스 감독은 서둘러 호세 데라토레에게 바통을 넘겼다. 제대로 몸을 풀지 못한 데라토레는 더그아웃의 우려를 호투로 불식시켰다. 1사 2루에서 나카타 쇼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후속 이나바 아쓰노리와 마쓰다 노부히로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일본이 놓친 찬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본은 6회 2사에서 우치카와 세이치가 중견수 앙헬 파간의 실책이 더해진 3루타를 쳤다. 로드리게스 감독은 망설임 없이 데라토레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대신 후속 아베 신노스케가 왼손인 점을 고려, 왼손 투수 사비에르 세데노를 마운드에 올렸다. 세데노는 세 차례 직구를 던진 뒤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아베의 헛스윙을 유도, 팀의 리드를 지켰다.
위기 모면은 곧 찬스로 이어졌다. 푸에르토리코는 마이크 아빌레스의 우전안타로 맞은 7회 무사 1루에서 알렉스 리오스가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노미 아츠노리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가볍게 왼 담장을 넘겼다. 6회 만에 뽑은 추가 득점.
일본은 8회 1사에서 3루타를 친 토리타니 다카시가 이바타 히로카즈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아 한 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강점인 ‘정교함’에서 오히려 약점을 보이며 계속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1사 1, 2루에서 나온 더블 스틸 실패가 컸다. 2루 주자 이바타가 사인을 보지 못하고 2루 베이스에 머물러 1루 주자 우치카와가 포수 견제에 횡사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더그아웃은 이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일본의 3연패 도전은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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