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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3장 화실이 있는 풍경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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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3장 화실이 있는 풍경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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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성이 하씨고, 이름이 소연이예요.”
웃지 말라고 미리 언질을 받았지만 하림은 소리 내어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리도록 웃었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거 봐요! 웃지 말라 했잖아요!”
노랑머리 푸른 점의 여자애가 짐짓 화난 목소리로 커다랗게 말했다.

“아, 미안!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그래놓고 하림은 또 참지 못하고 클클거렸다. 하소연. 하소연이 다 뭔가. 하긴 떼어놓고 보면 그리 나쁜 이름 같지는 않았다. 하씨 성도 예뻤고, 소연이란 이름도 예뻤다. 그런데 그게 붙어 있는 게 문제였다. 그런 성과 이름 중에 여인숙이라는 것도 있었고, 마장동이란 친구도 있었다.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하도 놀림을 받아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소연이 말했다.
“근데 하림 아저씨, 아까 한 말 거짓말이죠?”
“뭘요?”
“재영 이모 애인이라는 거.”
“아항. 글쎄, 그게....”
하림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윽고 이 아가씨한테는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다음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내가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해줄테니, 소연 씨가 먼저 나랑 약속부터 하나 해줘야겠어요.”
“어떤 약속?“
“내가 여기 내려온 이유에 대해 말이예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뭔대요?”
소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사실은 윤여사가 나를 여기 내려가보라고 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요. 소연씨도 알겠지만 얼마전 윤여사 고모할머니네 개 두 마리가 총에 맞아 죽었다면서요?”
“아, 그 일 땜에....!”
소연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가만히 소리를 질렀다.


“그래요. 윤여사는 그 일 땜에 무척 상심을 했고, 누구 소행인지는 모르지만 무척 화가 나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날더러 자기 화실에 머물면서, 고모할머니도 만나보고, 고향 마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 지 좀 알아봐 달라는 거였어요.”
“아, 그랬군요.....”
소연은 갑자기 조숙한 여자처럼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나서 좀 있다가 말했다.


“사실 나도 여기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아요. 슈퍼하는 나이 든 사촌언니가 중풍에 걸려 잘 다니지 못하는 바람에 아르바이트 삼아 도와주러 와있거든요. 개가 죽은 이야긴 나도 들었어요. 직접 보진 못했지만..... 나뿐만 아니라 인근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죠.”
“사실 여기로 오는 동안 막연한 느낌에 어쩌나 했는데, 소연 씨를 만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군요. 앞으로 잘 부탁 할게요. 근데 윤여사가 진짜 친척 이모 맞나요?”
“아뇨. 물론 먼 친척지간이긴 하지만..... 여기선 모두 나이든 아줌마를 그렇게 불러요. 나도 원래 고향이 이곳이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는 동안 차가 마을 입구 갈래 길로 들어섰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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