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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디폴트 르포]서부이촌동 주민들···'8·30' 이전으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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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디폴트 르포]서부이촌동 주민들···'8·30' 이전으로 돌아갈래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앞 도로를 따라 끝없이 즐비한 플래카드가 용산개발사업 찬반으로 나뉘어 반목하는 주민들의 흉흉한 민심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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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2007년 8월30일 이주대책기준일, 잊어버리지도 않지요. 우리는 그걸 '팔삼공'이라고 불러요. 그 전까지만 해도 이 동네가 서울 시내에 있어도 시골같이 이웃끼리 형님 동생 하면서 잘 살았죠. 그런데 개발 때문에 찬반으로 나뉘어서 동네가 아주 흉흉해졌어요. 이쪽에서 플래카드 10개를 걸면 저쪽에서 11개를 걸고 또 걸고 또 걸고. 주민들간에 불필요한 소모전이 말도 못해요. 그렇게 6년이 지났네요."(서부이촌동 J공인 관계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추진된 지 6년.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개발사업 찬성과 반대 양갈래로 나뉘어져 끝없는 반목을 되풀이 하고 있다. 찬·반 주민들이 서로 길에서 만나면 얼굴을 붉히기 일쑤. 서로 골탕을 먹이려고 일부러 시비를 걸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예순이 훌쩍 넘어 보이는 한 노부인은 "(시비에 휘말려) 경찰서에 가서 지장도 여러 번 찍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개발사업이 자금난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주민들은 또 다시 동의파와 반대파로 갈려 서로 다른 향후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개발 반대파인 '서부이촌동 생존권 사수연합' 관계자들은 14일 저녁무렵 대림아파트 관리동 1층에 모여 있었다.

생존권사수연합 한 관계자는 "디폴트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면서 "기존에 힘들었던 것보다 앞으로 손해 볼 것이 더 크다는 생각에 이 시점에서 끊는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보상보다는 구역지정을 해제해 도시개발법에 의해 사실상 막혀있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개발 반대파 관계자들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밖에서는 확성기로 개발 찬성파 주민들이 다음날 열리는 집회참여를 독려하고 있었다. '서부이촌동 보상대책 동의자협의회'에 속해있는 목욕탕집 주인은 "지난 6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하면서 받은 피해에 대해 응당한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연달아 별도의 집회도 연다. 개발 찬성쪽 주민들은 15일 오전 10시 서울역 옆 코레일 서부역사 사옥 앞에서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16일 오후 7시에는 반대파 주민들이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6년 전까지만 해도 서부이촌동의 민심이 이렇게 흉흉하지는 않았다. '팔삼공'이라 불리는 그날, 서울시가 2007년 8월30일을 이주대책 기준일로 정해 매매를 금지하면서 이 동네 부동산 거래는 뚝 끊겼고 상가는 활기를 잃었다. 이촌 2동의 한 주민은 "내일모레 개발을 한다고 하니까 상가 주인들이 세입자들을 내보냈다"면서 "개발사업이 늦춰지면서 엄청난 공실이 생겨나고 이 지역 전체가 슬럼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부이촌동의 상가는 한 때는 인근 직장인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동차사무소, 우편집중국, 수하물하치장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점심시간이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샀다. 저녁이면 노래방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용산개발이 추진되면서 이런 큰 사업장들은 모두 철수를 하고 인근 상가를 먹여살릴 사람들도 모조리 사라졌다.


인근 부동산들도 대부분 휴업상태다. C공인 관계자는 "다들 숨만 쉬고 있고 아사직전이라고 보면된다"면서 "내가 아는 사람은 한달에 은행이자를 1000만원 넘게 내는 사람도 있다. 식당들도 임차료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다들 완전히 망해서 나갔다. 생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킬수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40년 동안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해 왔다는 주민은 "세를 줄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어서 비오면 화장실에서 우산을 쓰고 볼일을 봐야 하는 지경이다. 공공시설도 아무것도 없다. 학교도 은행도 없다. 개발을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지 주민들을 이렇게 괴롭힐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삶이 이토록 피폐해 졌지만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서부이촌동 주민이자 이곳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사업만 벌여놓고 책임감 없이 훌쩍 나가버리고 박원순 시장은 완전 반대입장에 서서 사업을 힘들게 만들어 놨다"고 성토했다. 또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이편도 저편도 안 들고 한다는 말이 '주민들 피해 없도록 하겠습니다'는 말 딱 한마디"라고 일갈했다.


또다른 주민은 "이 사태는 부동산침체라는 작금의 상황에도 책임이 있지만 오세훈·박원순 서울시장, 코레일·삼성물산·롯데관광개발 등 모두가 범인"이라면서 "지정해제가 돼서 우리 주민들끼리 오순도순 살았으면 좋겠다. 2007년 8월30일 이전에 집을 팔고 나간 사람들이 가끔 놀러오는데 참으로 부럽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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